인간의 대지 / 야간비행 / 어린왕자 / 남방 우편기 동서문화사 월드북 218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안응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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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해 포르투갈에 갔을 때 테주 강변의 공원에서 전시된 쌍엽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1922년 가구 코티뉴(Gago Coutinho, 1869~1959) 대위와 사카두라 카브랄(Sacadura Cabral, 1881~1924) 대위가 타고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출발해서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처음 횡단비행에 성공한 비행기라고 합니다. 훅 하고 입으로 불어도 날릴 것 같은 작은 비행기로 그 먼 거리를 날아갔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비록 두 사람이 탔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두려웠을까 싶습니다.

 

대륙이나 대양을 건너 먼 거리를 나는 모습을 떠올리다가 우편비행기를 몰았던 생텍쥐페리가 쓴 작품들, 특히 <야간비행>을 비롯하여 <인간의 대지>, <남방우편기> 등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동서문화사에서 이 작품을 묶어서 내놓은 것을 찾게 되었습니다. 여행기에서도 몇 곳을 인용해서 야간비행을 하는 비행사가 느끼는 고독감이라든가,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위험한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대지는 우리에게 만 권의 책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왜냐하면 대지가 인간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장애물에 맞닥뜨렸을 때 비로소 자기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장애물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11쪽)” <인간의 대지>의 첫머리에서부터 작가는 대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때만 해도 비행을 도와줄 수 있는 정교한 장치들이 개발되기 전이라서 비행사의 경험이나 육감에 의존하는 비행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슴이 떨리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 싶습니다. 특히 동료 기요메와 작가 자신이 경험한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필사적인 노력으로 생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에 맞선 인간의 위대한 승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작가가 실제로 일했던 사하라 사막을 지나는 항로나 남아메리카의 항로를 비행하면서 겪을 일을 따라가다 보면 책읽는 이가 마치 조종간을 쥐고 자연에 도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생깁니다. 사실 요즈음에는 비행을 도와주는 자동항법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그리 심하지 않은 고도를 운항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구름 위의 풍경이 그저 평화롭게만 보이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은 그리 많이 겪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비행에 관한 작품들 사이에는 <어린 왕자>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넘은 옛날에 처음 읽었던 기억이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미 어른이 된 탓인지 “어른 들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그들에게 설명해준다는 것은 어린이들로서는 힘이 드는 일이다.(218쪽)”라는 구절을 그때는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찾아 우주를 헤매는 어린 왕자의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진 탓일까요? 그리고 여우가 어린 왕자와 작별하면서 알려준 팁, “잘 가라,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271쪽)”을 제대로 마음에 새겨둡니다.

 

<남방우편기>에서는 프랑스 툴루즈를 출발해서 스페인 바로셀로나, 모로코 카사블랑카를 거쳐 남아메리카로 운항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지난 여행에서 들어본 친숙한 이름들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금새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끝에 더한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는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뜨거운 사랑이 전해지면서 과연 나는 어머니께 얼마나 잘 해드렸는지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을 주시지 않고 저를 내버려두실 수 있습니까? 그것이 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아시는 어머니께서요?(424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엄친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작가의 어머니가 진즉부터 헬리콥터 맘의 전형을 보였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머니에게 꾸준하게 근황을 적어 보내 걱정하실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것을 보면 착한 아들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가 비행 중에 행방불명되었을 때 그 어머니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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