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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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장르소설의 범주에 넣는다면 추리소설로 할 것인지 아니면 스릴러소설로 할 것인지 모호해질 것 같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파리경찰청 소속 강력계 팀장이고, 연쇄살인사건을 뒤쫓고 있다고 하면 추리소설로 보아야 할 것이고,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갑작스럽게 여자 주인공과 엮여들었다고 본다면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술을 거의 줄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만, 옛날에는 거리에서 눈을 뜬 적도 있어 어떤 기분이 들지 알 것 같은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자 주인공인 알리스가 뉴욕의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서 눈을 뜬 것입니다. 전날 밤 파리에 있는 술집들을 전전하면서 술을 마시고 차에 올라탄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왼손에 채워진 수갑이 모르는 남자의 오른손에 채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파리에서 납치되어 뉴욕으로 옮겨져진 상황은 어떻게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알리스가 자고 있는 가브리엘에게 총을 겨누면서 깨우는 장면에서 의혹을 가졌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남자는 불과 몇 센티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자신을 향하고 있는 총구를 보더니 흠칫 놀라는 시늉을 했다.(12쪽)” 강력계 형사의 촉으로 시늉으로 보았으면 상대남자를 의심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아일랜드 더블린의 바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 기억이 난다는 이 남자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공조에 들어간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편 작가는 알리스가 뒤쫓던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그녀의 기억을 삽입하여 현재의 상황이 그녀가 과거에 맡았던 미제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하지만 범인을 뒤쫓는 과정에서 남편과 아이를 잃는 끔찍한 일을 겪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됩니다. 여교사 클라라 마튀랭이 스타킹으로 목이 졸려 살해된 다음, 항공사 여승무원 나탈리 루셀은 마튀랭의 스타킹으로, 간호사 모드 모렐은 루셀의 스타킹으로, 은행원 비르지니양은 모렐의 스타킹으로 목이 졸려 살해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뒤쫓던 알리스는 수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범인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만 범인의 칼로 난자당하는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사실 강력계 형사가 잔혹한 범인을 뒤쫓으면서 단독행동을 한다는 것은 수사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니까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어떻든 범인은 알리스를 공격한 다음에 추가 범행을 벌이지 않았지만, 알리스가 뉴욕으로 건너온 다음에 다시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알리스는 가브리엘과 함께 범인을 뒤쫓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 상황이 뒤엉켜들면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독자는 작가의 의도대로 4부에 들어서야 다시 의혹이 일고, 대반전에 이르러서야 작가에게 말렸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반전치고는 허무하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반전의 장치 역시 작가적 상상에 의한 것으로 보여서 어떻게 보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반전에 대한 암시라고 할 만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예를 들면, “나는 기억한다.....”라는 제목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 같은 것입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젊은 나이에 치매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으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이 요즈음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http://blog.joins.com/yang412/12247552>라는 소설 역시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바로 그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 <스틸 앨리스>가 요즈음 상영되고 있습니다. 원작의 핵심 포인트를 잘 잡아서 화면으로 옮긴 것 같습니다. 아직 영화 리뷰는 정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소개할 예정입니다.

 

사실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기욤 뮈소의 작품은 처음이었지만, 확 당기는 맛은 그리 강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건이 정리된 다음에 서로에게 끌리는 듯 보이는 것도 생뚱맞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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