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역사 100장면 - 가람역사 59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해 이베리아 반도와 모로코를 여행하는 동안 박학다식한 조형진가이드는 여행지와 관련된 역사를 잘 요약해서 소개해주었습니다. 사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과거에 왕실간의 복잡한 결혼을 통하여 지배구조가 결정되어 나라들이 서로 합해졌다가 갈라지기를 반복한 바 있어 역사를 통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하는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지역의 문화를 알아야하고, 문화는 특히 역사적 흐름의 산물이고 보면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베리아반도는 북아프리카를 통하여 흘러온 이슬람세력과 유대세력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세력이 오랜 세월을 두고 충돌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곳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항해시대를 통하여 신대륙을 오랫동안 지배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까지도 진출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세계사적 틀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역사를 통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저자께서는 특히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해온 스페인의 역사를 책으로 꾸며 <스페인 역사 100장면>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하다보면 가벼워질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잘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큰 틀에서는 기전체방식을 취하여, 선사시대에서 서고트 족의 침입까지, 이슬람교도가 지배한 시기, 합스부르크왕조, 부르봉 왕조, 20세기 초, 프랑코 독재시기,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7개의 시대로 구분하고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관련이 있는 사건들을 통합하여 모두 100개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꼭지는 스페인의 전체 역사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10~3세기에 북아프리카로부터 이베로족이 이베리아반도로 이주해와서 반도의 동부와 남부 해안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기원전 20~1세기에 걸쳐 유럽의 대부분 지역에 살던 켈트족은 기원전 6세기경에 이베리아반도에 들어와 주로 북서부지역에 정착하였습니다. 이베로족과 켈트족은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평화 시에는 땅을 공유하고 혼인으로 결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역사이야기는 소아시아의 페니키아인들이 아프리카 북쪽 해안에 건설한 카르타고왕국의 이베리아반도 지배와 카르타고가 로마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이베리아반도가 로마의 지배로 넘어가는 과정, 로마제국이 서고트족에 망하는 과정,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슬림들이 서고트족을 제압하고 이슬람왕국을 건설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만을 간추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건축, 문학, 정치와 경제 등 다양한 영역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구가한 합스부르그왕가 시절이 비중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특히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신대륙에서 식민지 경영에 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스페인에서도 식민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비인간적인 행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신부는 1539년 살라망카대학에서의 강연을 통하여 “도대체 이들은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또 정복자들은 자연을 파괴한 범죄자로 죄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자연을 파괴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느 누구도 인디오를 정복할 도덕적 권리는 없다.(155쪽)”라고 지적하면서 인디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간계를 동원하여 세상물정 모르는 신대륙 주민들을 도륙하고 착취하기를 거듭했던 것입니다.

 

역사 이전으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의 다양한 면모를 잘 요약하고 있어 스페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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