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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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위하여 해외여행을 하신다는 이희인님께서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읽었다면서 소개한 두 권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오래 되었습니다만, 여성과 관련된 주제로 쓴 책읽기에서도 인용되었던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입니다. 140쪽이 되지 않은 가벼운 분량의 책을 꼭 베트남에 가서 읽어야 하는가하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희인님은 “인도차이나가 가진 무한한 풍요로움은 이 땅이 겪어야 할 아픈 성장통을 필연적으로 동반했다. 사내들이 가만두지 않는 예쁘장한 소녀처럼 이 축복받은 땅을 서구 강대국들은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라고 날선 시각을 앞세우는 듯합니다. 그리하여 “꽤 가학적인 프랑스 통치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베트남은 미국에 의해 또다시 고난과 상처의 땅으로 변한다.”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공산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서구세계는 공산주의의 확산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던 점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1914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1933년 프랑스로 귀국하여 공부를 계속한 다음 결혼을 하고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데, 1984년에 출간한 <연인>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연인>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비정상적인만큼 복잡하게 서술되고 있습니다. 남편이 두 아들과 어린 딸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나자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면서 큰 아들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큰 아들은 이를 빌미로 두 동생에게 군림하면서도 도박과 마약에 빠져들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게 됩니다. 이렇듯 복잡한 가족구조에서 탈출하려는 욕망을 품었던 때문인지, 주인공은 열다섯 살 반이 되던 해 사이공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열두 살 연상의 중국인 사내의 유혹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마도 나룻배에 같이 실린 중국인 사내의 리무진에 홀렸던 것일 터이다. 스물일곱의 중국인 사내가 아무리 관능적으로 보였다고는 하지만 불과 열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의 몸을 탐하는 것을 보면 롤리타 콤플렉스 같은 성도착증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콜롱에 있는 중국인 사내의 집에 처음 가던 날, 여자 아이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어요. 날 사랑한다 해도, 당신이 습관적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대해 주세요.”라고 도발적으로 말합니다. 그녀의 첫 경험은 고통이었지만, ‘천천히 고통에서 빠져나와 쾌락으로 빨려 들어가, 향락을 즐긴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그녀는 이미 뜨거운 피를 가졌던 모양입니다. 중국인 사내는 그녀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사기도 하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중국인 사내와의 관계를 의심해서 그녀를 쥐잡듯 닦달을 하지만 그녀는 딱 잡아떼고는 중국인 사내와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중국인 사내와 만나기 위하여 외박을 하는 등 기숙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사감의 지적에 대하여 “저 아이는 언제나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던 아이예요. 만약 제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면 저 아이는 도망쳐 버릴 거예요.”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녀의 어머니의 정신세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한편 중국인 사내는 부자인 아버지에게 프랑스 소녀와의 관계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거절당하면서 그녀는 중국인 사내와의 관계를 청산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아마도 중국인 사내와의 관계가 그녀 주변에 알려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그녀는 베트남을 떠나 프랑스로 향하게 되고, 그녀가 배를 타고 떠나는 날 중국인 사내는 리무진 뒷자리에 몸을 싣고 작별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고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중국인이기에 또 그런 종류의 연인들은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그녀가 프랑스로 귀국한 다음에 전개되는 이야기와 베트남에서 겪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그녀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두서없이 전개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인>이 발표되고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코친차이나에 대한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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