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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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작가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1939년 시작된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비교되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직접 전투에 참가한 경험을 서술하는 형식이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조던이 반파시스트 게릴라의 협조를 받아 파시스트군대를 저지하기 위한 후방교란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도 <카탈로니아 찬가>는 바르셀로나를 기점으로 마드리드와 중간쯤에 해당하는 사라고사에서 파시스트군과 전투하는 장면과 바르셀로나 안에서 인민정부와 통일노동자당이 분열하여 서로 싸우는 과정까지 그리는 반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조던은 라그랑하를 거쳐 세고비야를 점령하려는 골츠장군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마드리드와 세고비아 사이에 위치한 과다라마 산맥에 위치한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지역의 반파시스트 게릴라들의 입장과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스페인내전은 1936년 2월 총선에서 승리하여 의회를 장악한 인민전선은 스페인 사회주의노동자당, 좌파 공화파, 스페인 공산당 등으로 구성되어 토지개혁을 포함한 개혁 정책들을 강하게 밀어붙여 지주, 자본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불만이 고조되었던 것이 단초가 되었습니다. 정부의 식민지정책에 불만을 품은 프랑코장군이 1936년 7월 17일 모로코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마누엘 아사냐가 이끄는 좌파 인민전선 정부를 공격했는데, 내용은 스페인 영토 안에서 일어난 내전이었지만, 전투는 국제전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소비에트 연방과 서방의 각국에서 모여든 의용군인 국제 여단이 반파시즘 진영인 인민 전선에 가담하였고,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과 살라자르가 집권하고 있던 포르투갈이 프랑코의 반란군을 지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피아구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이 이해되지 않는 대목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웰이 소속된 의용군의 무장은 물론 군수지원을 보면 도대체 전쟁을 치루는 부대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조던이 집시 점에서 죽을 운명임을 알면서도 다리 폭파임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명분때문이었던 것처럼, 조지 오웰 역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이유가 명분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도, 정치적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알지도 못했다(66쪽)”라면서, 그런데도 왜 의용군에 입대해서 싸우느냐고 묻는다면, “파시즘과 싸우기 위하여, 그리고 공동의 품위를 위하여”라고 답할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남의 나라 전쟁터에 뛰어드는 사람이 아내와 함께 가는 것도 이상합니다. 아내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조지 오웰은 의용군에 입대하여 사라고사 전선에 투입되어 전투를 수행하는 한편 후방인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나와 아내와 만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연합세력이 분열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시가전을 벌이는 극적인 상황에 몰리면서 아내와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오웰의 아내 역시 전투에 직접 참여하거나 후방지원에 나선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에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가전은 람블라스거리를 중심으로 정부군이 통일노동자당을 포함한 무정부주의자들을 제압하기에 나서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적을 앞에 두고 후방에서 같은 편이 분열하여 시가전을 벌였으니 인민정부가 그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더 이상한 노릇일 것 같습니다. 결국 프랑코의 파시스트군이 승리를 거두고 말았던 것인데, 마드리드에서도 인민정부는 노동자계급들이 자발적으로 무장을 해서 파시스트군에 대항하다가 패퇴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사이에 전쟁은 끝인 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적전분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병서에 다 나와 있는 것 아니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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