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
이종헌 글.사진 / 소울메이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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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조우한 현장 스페인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이베리아의 이슬람은 고대 그리스문명을 보존하고, 재해석하여 유럽에 전한 숨은 공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과 기독교의 만남은 새로운 형식의 건축과 예술을 탄생시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금년에는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만난 또 다른 현장 동유럽을 찾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키가 그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터키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이종헌기자님의 <우리가 미처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은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오르한 파묵의 전작 읽기를 통하여 근대 터키사회의 분위기를 조금은 가늠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미처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은 터키에 대한 앎의 지평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을 다루는 기자로서 세계의 역사에 관심이 큰 저자는 해답을 여행에서 찾았습니다. “직접 가보는 것이 해답이다. 여행은 역사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큰 감동을 준다.(8쪽)”라고 적었습니다. 그리하여 보는 것에만 머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숨어 있는 역사를 찾는 진정한 ‘여행’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세 차례의 터키 여행을 통하여 터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역사유적을 찾아 그 내력을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여행은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었고, 두 번째 여행은 터키의 서부를, 세 번째 여행은 터키의 동부를 누볐습니다. 터키 전역을 커버하는 서른다섯 곳입니다. 그 가운데는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격돌한 현장도 있고,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끼고 메소포타미아문명의 시원이 되는 장소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터키인의 조상 튀르크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돌궐족이라고 합니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튀르크족은 522년 처음으로 나라를 세우고 영토를 넓혔다가, 지금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이 있는 중앙아시아지역의 서튀르크와 몽골 초원을 중심으로 한 동튀르크로 나뉘었습니다. 동튀르크가 망한 다음에 서튀르크는 중국에 밀려 터키의 아타톨리아 지방으로 넘어가 터키를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고구려가 망하면서 흩어진 유민의 일부가 돌궐지역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터키와 우리나라가 형제의 나라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스만 튀르크의 멸망 이후 서구의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터키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저자는 보았습니다. 사실 이슬람이 장악했던 이베리아 반도에서나 발칸반도에서도 이슬람은 타 종교에 대하여 관대한 입장이었던 것인데, 기독교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충돌의 배경에도 인종과 종교가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라는 것이 서로를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터키 모델의 성공여부가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문명이 충돌한 장소에서는 새로운 문화적 경향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끔찍한 일도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역사여행은 다양한 시선을 찾는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주로 화려하고 낭만적인 풍경과 겉모양에 머물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 뒤에 존재하는 야만적 역사도 같이 봐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면 여행의 최고 목적을 실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여행을 통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볼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터키 곳곳에 남아 있는 유적을 찾은 느낌뿐만이 아니라 그 유적의 역사적 배경까지 상세하게 들려주면서, 그곳에서 우리가 생각할 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터키여행에서 꼭 챙겨가지고 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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