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나무 - 겨울눈에서 스트라디바리까지, 나무의 모든 것 생각하는 돌 9
라인하르트 오스테로트 지음, 모이디 크레치만 그림 / 돌베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시작은 나무로부터’라는 리뷰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주장을 담았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런데 책을 받아 펼쳐보니, “세상의 모든 것은 원래 나무로 이루어졌다.(6쪽)”는 글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정말 그럴까 하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면서 공감할 구석이 있는가 싶어 눈에 힘을 주어 읽으려는 찰나, ‘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바로 꼬리를 내리는 바람에 김이 샜습니다. 칼을 뽑았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베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공연히 낚였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서문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이 책에서는 우리와 잘 어우러져 살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주는 나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7쪽)”라는 속내를 드러냅니다. 서문이 끝나고 본론에서 만나는 수납장에 관한 이야기는 도대체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핵심이 무엇인지 종잡지 못하게 됩니다. 저자는 모두 15꼭지의 이야기 가운데 무려 4꼭지를 폐기물 사이에서 발견한 낡은 수납장을 리폼하는 과정을 넣었습니다. 화자와 저자와의 관계도 분명치 않은 사족 같은 글을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찍이 나무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인지 원....

 

독일 니더작센 주 헬름슈테트에서 태어나 역사학을 공부한 저자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숲과 나무의 선진국 독일 출신답게 나무에 관한 앎의 깊이가 대단하다는 점은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나무와 숲에 관한 이야기들의 상당부분이 독일에 국한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지는 한계로 보았습니다. 특히 인쇄술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쏙 빼고 중국과 일본만 언급하는 것을 보면 저자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인은 이미 6세기에 목판 인쇄술을 발명했고, 그 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일본인은 많은 유럽 예술가의 경탄을 자아낸 대가다운 기교를 완성했다(67쪽)”

 

책을 읽다가 의문이 들었던 것은 태풍이 유럽을 강타했다고 번역을 해놓은 것입니다. 학생 때 배우기를 태풍은 태평양에서 시작해서 동북아시아로 향하는 열대성 폭풍을 말하고, 북미 동부에서는 허리케인이라고 하고, 동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이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유럽에 열대성 폭풍우가 생기는 것이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이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태풍이라고 번역한 것은 옳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 사이에 나무에 관한 상식 6꼭지를 삽입하였는데, 숲과 작업장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 나무에 관한 최고 기록, 종이의 역사, 나무에 관한 관용적 표현, 나무에 깃든 전설과 치유력, 그리고 나무인증서 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왜 정리하였는지 독자들이 더 궁금해하는 것은 없을까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종이의 역사를 달랑 2쪽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읽은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의 <종이의 역사; http://blog.joins.com/yang412/13542229>는 자그만치 524쪽이나 되는데 말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앎의 부피를 키울 수 있는 무엇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기대했던 것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는 책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나무는 남아메리카에서 나는 발사나무라는 것, 가장 단단한 나무는 서인도제도를 둘러싼 지역에서 나는 유창목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오래된 나무는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해발 3000미터에 사는 브리슬콘 소나무로 수령이 무려 4,700년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큰 나무는 저도 직접 가서 보았던 캘리포니아에 사는 지름이 12미터, 높이는 140미터에 달하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라는 것 정도를 확인하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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