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아내들이여, 가슴 뛰는 삶을 포기하지 마라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저자임에도 책은 처음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년초에 원장님의 선물로 받은 책입니다. 몇 종류의 책들 가운데 고르는 것이었는데, 이미 읽은 책들이 많아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았습니다. 제목 때문에 책 읽는 아내를 위하여 고른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내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지게 되었습니다. ‘아내들이여, 가슴 뛰는 삶을 포기하지 마라’라는 카피를 달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집밖의 세상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지키면서 육아와 아이들 교육에 정성을 다하는 여성들의 삶은 적어도 저자에게는 꿈꾸던 삶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자녀나 남편에 대한 배려는 ‘이기적인 아내, 이기적인 엄마가 되라’고 설파하는 저자에게는 씨알도 먹힐 수 없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 집에서 엄마가 만든 피자를 얻어먹은 일이 부러웠던 딸의 볼멘 투정에, “집에서 (네가) 엄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학원에 가기 전 딱 한 시간이야. 근데 네가 친구 집이나 놀이터에서 놀다 오면 그 한 시간에도 너는 엄마를 못 보겠지. 결국 엄마도 널 괜히 기다린 것이 되고, 그러면 자, 그 한 시간 때문에 왜 엄마가 24시간 집에 있어야 하는지 네가 설명해봐.”라고 자랑스럽게 따졌다는 저자의 설명이 공영한 궤변으로 들리는 것은 아무래도 제가 고루한 옛날 사람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잠시 조교수로 근무하다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붙드는 대학을 뿌리치고 귀국한 저의 선배는 결국 대학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더욱이 놀란 것은 대학을 그만 둔 이유가 아이가 한창 클 때 제대로 돌보아주지 못한 것이 오랫동안 마음에 맺혀 있었는데, 더 늦기 전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저자와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사 역시 남편과 나누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남편이 제 역할을 못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당신 회사에 다니지? 나도 회사에 다니지? 그런데 왜 나만 집안일하고 애보고 그래야 해? 당신은 애와 관련이 없어? 당신 아빠 아니야? 낳아 녾기만 하면 다야?(157쪽)”라고 몰아붙였다고 자랑하면서도 남편도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거나, 남편의 자신감을 완전히 충전시켜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생활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싶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완벽하게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어미가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물론 돌봄의 범위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사회에 나갔을 때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바른 생각을 가질 수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은 저절로 큰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과거 식구가 많을 때 서로 도와가면서 살 때의 이야기이고, 같이 사는 가족이 단촐한 요즈음에는 어림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딱히나 ‘사’자가 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자기다운 삶’을 사는 진정한 인재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세 가지를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그 바람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은 회사에서 자기계발을 위하여 외부 강사를 모시는 경우가 그리 반갑지만은 아닌 것이 이순에 이른 나이에 누구의 말을 듣고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가 결코 쉽지 않은 노릇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다양할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여성들이 집밖을 꿈꾸는 세상이 과연 좋은 지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결국은 저자 자신의 삶이 꿈꾸던 것이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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