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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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책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을 이제야 읽게 되는 것도 남들과 같은 움직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인지도 모릅니다. 어떻든 <태백산맥>, <아리랑> 등을 통해서 이미 친숙한 탓도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어 순식간에 미국과 겨루는 단계에 이르렀고,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선두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특히 수천 년을 이웃으로 지내온 중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는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정래 작가님 역시 19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갑작스럽게 몰락한 소련과 달리 건재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속살을 뒤집어 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고, 20여 년에 걸쳐 생각을 정리해온 결과가 바로 <정글만리>라고 했습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의 속살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비즈니스 세계를 일단 핵심 타깃으로 정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엮었기 때문에 일단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막힐 듯한 경쟁이 이야기의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 체류 중인 상사원에게는 공감을, 실제 대중(對中)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중국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한일관계나 한중관계에 관심이 적었던 학생들에게는 역사적 자각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중국과 중국인들의 감춰진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작가가 중국당국에 찍히지 않았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직설적이다 못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할까요?

 

특히 말로만 듯던 ‘꽌시(關係)’의 정체를 파헤치고 처음 듣는 ‘런타이둬(人太多)’라는 말의 의미와 그 이면에 있는 인명경시의 세태까지 남의 나라 작가의 손끝에서 까발려지는 것아 아플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북경을 찾아갔을 때, 중국 전통의학에 기반을 둔 생약제제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사실을 듣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로 단숨에 읽어내게 될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책을 들고 있는 바람에 다음날 근무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가끔 튀어나오는 부적절한 단어가 거슬리기도 하는데, 2권에 등장하는 짝퉁시장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쓰리꾼을 조심하라고 경계하는 장면은 소매치기라는 순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시류를 반영한 단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필요하다고 해도, 작가라면 국어를 지키는 사명감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권에서 중국역사로 전공을 바꾼 재형이 난징대학살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2차 세계대전을 치루는 동안 군국주의 일본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고, 전후 일본이 그 만행에 눈감고 있는 이유 등을 깊이있게 다루고 있는 점도 높이 사야 하겠습니다. 반면에 중국과의 비즈니스에서 조선족 혹은 북한과 연결되는 비중이 낮은 이유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전체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종합상사를 명예퇴직한 전대광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의 향배라던가,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과 리옌링의 러브스토리가 결혼으로 이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뒤처리를 하지 않고 화장실을 나온 느낌입니다. 그리고 하필 이야기가 의료사고를 낸 성형외과의사가 쫓기듯 중국으로 진출하는 모습도 안타깝기만 합니다. 의료사고가 아니라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으로 그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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