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던져진 증거를 바탕으로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 동참한다는 인식이 주는 매력을 얼마나 충족하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 역시도 지방도시에서 부검을 담당할 무렵에 추리소설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만, 마니아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추적한다는 틀에서 보면 많은 증거들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정적 증거들은 뒤로 미루어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건의 내용이나 해결과정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미주알고주알 적으면 이 책을 읽을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송구한 노릇이 될 것 같아서 몇 가지 의문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건은 1936년(일본천황의 연호를 적는 것이 왠지 거부감이 드는군요)에 일어난 사건이고, 소설의 화자인 이시오카 가즈미와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가 이 사건을 해결한 것이 1979년입니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하여 43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범인을 찾기 위해 일본 전국에서 지혜를 짜내거나 온갖 소란을 피웠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대중의 관심이 40년이 넘도록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 사이 더 업그레이드된 사건들이 줄을 이어 사회에 충격을 던지기 마련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영구미제사건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작가는 첫 번째 희생자 우메자와 헤이키치의 수기-첫번 째 증거물-를 내놓습니다. 수기에서는 화가인 자신이 악마에 씌였고, 밤마다 자신이 만들어낸 완벽한 미녀를 보는 환상에 빠진다고 고백한다. 그 완벽한 미녀-수기에서 아조트(azoth)라고 이름붙였는데, 사전적으로 아조트는 만병통치약을 의미합니다-는 두부, 흉부, 복부, 요부, 대퇴부, 하족부의 여섯 부분에 각각 해당하는 별자리의 여성으로부터 취하여 합성한다는 이야기인데, 결국은 여섯 명의 여성을 살해하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화가는 자신의 여섯 딸이 각각의 별자리를 타고 났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살아있는 여성의 몸이 더 아름답지 살해당한 여성은 어떻게 보아도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잘라낸 각각의 부위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완벽한 여체를 실제로 만드는 것보다는 그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조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우메자와가 밀실 상태인 자신의 화실에서 타살된 채 발견되고, 그의 계획에 따라서 딸들이 살해되었고 수기에 나와 있는 대로 토막 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체를 토막 내는 것은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메자와의 수기에서 나오는 두부와 하족부를 각각 분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뿐더러 흉부와 복부, 요부를 분리하는 것은 고성능의 전기톱이라고 사용하면 모를까 일반적은 도구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여섯 구의 토막 난 사체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정작 아조트는 발견되지 않은 채인 것입니다. 저자는 사체가 발견된 장소를 비롯하여 발견된 사체의 남은 부위 등에 대한 정보를 친절하게 그림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림에서 중요한 힌트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작가가 프롤로그에 ‘이 책의 진행에서도 해답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사건 해결에 필요한 모든 실마리가 독자의 눈앞에 분명히 나와있다고 한 대목이, 바로 이 그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사람의 신체는 자연에서는 시간이 경과되면서 육탈이 되면서 뼈만 남게 되는데, 요즈음의 법의학기술은 뼈를 조합하여 생전의 모습을 재현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표지를 보면서 여성의 몸을 하나의 띠로 마치 미라처럼 감싸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토막 살인을 의미한다는 것은 읽어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주인공들이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롭다는 것을 떠나서, 사체를 토막 내어 일본 각지에 뿌리는 엽기적인 살인행태를 모티프로 삼은 것이 심히 우려된다는 생각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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