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를 하는 일은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돈을 버는 일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천운이 따라야 되는 일이라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돈되는 일에는 적극적이지 못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을 읽으면서 돈을 버는 일도 나름대로는 의지가 작용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부자의 그릇>을 어떤 분야의 책으로 구분해야 할 것인지 헷갈리는 느낌입니다. “일생을 ‘돈의 교양과 본질’을 전파하는 데 바쳐온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의 교양 소설!”이라는 출판사의 카피를 보더라도, 문학작품, 자기계발, 혹은 인문교양 등에 걸쳐 있다는 느낌입니다. 소설형식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문학작품이 맞겠고, 돈의 본질을 깨우친다는 점에서 보면 인문교양서가 맞겠으나, ‘돈을 키우는 능력을 키우는 법’이라는 부제를 보면 자기계발서로 분류해도 무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헷갈릴 때는 느낌이 가는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우리 옛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그릇에 맞게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바로 그 말이 꼭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원으로 자족하면서 살았더라면 아내와 병든 딸을 잘 돌보면서 평탄한 삶을 살았을 남자가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초반 승승장구하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주인공은 몇 차례에 걸친 갈림길에서 욕심을 내는 선택을 한 것이 끝내는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특히 사업이 잘 나갈 때는 하향세에 들어섰을 때를 대비하여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벤처회사가 창업 아이템이 먹힐 때는 승승장구하다가 그 아이템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지 못하면 몰락의 길을 밟게 된다는 일반적인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주인공이 사업을 창업할 때 만들었던 크림주먹밥이 잠시 떴지만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람들의 기호는 움직아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은 사업을 접고 아내와 이혼까지 한 주인공이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한 노인이 등장하게 됩니다. 조커는 주인공의 실패사례를 사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성공사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 하기 쉽기 때문인데, 성공사례를 따라하다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사례를 만나게 되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패한 사례 역시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지요. 하다못해 실패한 경험을 책으로 쓸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커는 설명하기도 합니다.

 

소설의 형식이지만, 곳곳에 돈의 본질에 관한 금과옥조 같은 명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기본 원칙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89쪽)”,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맏거나 개인이 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96쪽)”, “돈에 소유자는 존재하지 않는다(105쪽)” 등입니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다.(220쪽)”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가 여전히 월급쟁이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돈이란 부족한 듯하지만 쓸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돈의 지배를 받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려 한 것 같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가족애나 우정이 깨지는 두려움, 돈을 얼마나 소유하는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고 그릇된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는 무서움, 돈보다 중요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는 공포 등’을, ‘돈의 지배’를 받는 삶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돈으로부터 지배를 받는 삶보다는 돈을 지배하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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