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답을 알고 있다 - 길을 잃었을 때,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석정훈 지음 / 알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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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만취한 다음날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곤 했습니다.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몸이 절로 따라 움직인 것일까요? 무의식이 안내한 것일까요? 그런데 집에 잘 돌아오던 단계를 넘어서더니 이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낮선 곳에서 헤맨 경우가 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무의식이 안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무의식은 답을 알고 있다>는 “우리가 길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가 가야할 곳으로 스스로 찾아가게 만든다(6쪽)”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통제하려 들면 일이 꼬일 수 있기 때문에 무의식에 맞겨두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는 주장인 듯합니다.

 

저자는 지금 우리사회가 길을 잃은 것처럼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나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경쟁에 내몰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삶은 내가 가야할 길에서 벗어난 것이며, 원래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유수의 기업에서 활동하다가, 삶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기회가 되어 과감하게 전혀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최면을 바탕으로 심리상담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요약한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에서는 우리가 왜 무의식의 영역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2장과 3장에서는 무의식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쩌다 잘못 작동하게 되는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장과 5장에서는 무의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가 원하는 답을 찾고 진정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9쪽)”

 

저자는 무의식이 자동반사적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주변의 중요한 사물을 빠르게 알아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http://blog.joins.com/yang412/13009658>의 저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우리는 누구나 자신 앞에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과거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으며, 지식의 한계를 잘 이해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직관적인 믿음은 틀릴 때가 많고, 우리의 인지능력이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도 한다.”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직관이라는 개념은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무의식과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저자는 자유의지에 관한 논란과 관련하여 의지가 행동을 결정하기 전에 무의식은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더라는 실험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샘 해리스박사가 <자유의지는 없다; http://blog.joins.com/yang412/13064786>에서 설명한 바와 흡사한 논리 같습니다. 자유의지의 유무를 뇌신경생리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서, 저는 ‘자유 의지는 없다’는 결론이 다소 성급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뇌과학이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아직도 무한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셔머가 <과학의 변경지대; http://blog.joins.com/yang412/12502415>에서 최면은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면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드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식의 잘못된 인도로 삶을 방황하고 있는 것이므로 무의식을 깨워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무의식이 의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간다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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