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가 벌써 50년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만, 영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빌브라이슨의 <빌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71036>에서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에 얽혀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영어를 둘러싼 미국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유럽에서 건너온 시점에 머물고 미국 영어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 즉, 인디언들과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 정도에 그쳐 영어의 짧지 않을 영어의 역사를 제대로 조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국 작가 필립 구든의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는 빌 브라이슨과 유사한 구조를 따르지만, 영어의 근원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을 다루고 있어 영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바벨탑 이야기를 인용하여 만국 공통어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인류가 동시 다발적으로 지구상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면 문자는 차치하더라도 당연히 공통적으로 사용하던 언어가 있었을 것입니다.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언어들은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세까지도 라틴어는 유럽사회에서 중요한 언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실생활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수많은 나라들로 쪼개지면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토착어가 만들어지고, 그 언어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니 결국 언어라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따라 생명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는 영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영국에는 처음부터 영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섬나라 영국에 처음 살기 시작한 사람들은 켈트인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사라진 켈트어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기원 1세기 초 로마가 영국을 침략하였고 라틴어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라틴어가 확산되었는데, 400여년을 지배한 로마인이 돌아간 후에는 라틴어를 사용했다는 흔적조차 사라지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5세기 초 로마인들이 물러날 무렵 유럽의 북서부에 거주하면서 호시탐탐 영국 이주를 노리던 앵글로색슨족이 들어오면서 켈트인들은 서쪽으로 밀려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앵글로색슨족들은 문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문자가 없는 고대 영어가 살아남고 켈트어가 현대의 웨일즈어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 영어는 현대 영어의 바탕이 되었는데, 여기에는 영국을 침공한 바이킹이라던가 노르망디에서 온 노르만족이 영향을 남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든 이민족들 간의 접촉은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인데, 영어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제프리 초서와 그 뒤를 이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던 것입니다. 물론 결정적인 것은 영국을 세계의 제국으로 이끈 엘리자베스1세였고, 이어서 미국이 영어를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현재 지구상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어가 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기술적 요소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정보가 어떤 언어로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는데, 세계정세는 물론 과학 등 모든 학문분야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정보들이 대부분 영어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영어가 형성되고 발전하는데 기여한 다양한 요소들을 꼼꼼하게 챙겨 정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료를 곁들여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고, 흥미로운 사건의 경우는 별도 상자에 넣어서 따로 구별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점은 읽는 흐름을 끊는 부작용은 있지만, 특별한 관심을 둘 수도 있는 장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진전은 영어의 발전에 인쇄술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적으면서도 금속활자가 구텐베르그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아시에서 발명된 것을 유럽에 소개한 것이라고 적은 것인데,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처음 발명했다고 적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그랬습니다.

 

영어가 발전해온 과정에 얽힌 세계사적 사건들이 잘 요약되어 있고, 때로는 영어 단어의 기원을 밝히기도 해서 영어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랫만이야’라는 의미의 'long time, no see'가 피진어에서 기원하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사용을 자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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