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의 세계사 -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김동환.배석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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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기업에서 만든 광고에서 보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다양한 도구에서 금속을 제외하면 남는 부분이 별로 없어 웃기는 모양새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철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금속이 우리의 실생활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지 아마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김동환, 배석박사님 역시 <금속의 세계사>에서 ‘금속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서문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인류를 1만년 전 우연히 금속 물질을 사용하기까지 무려 300만년을 오로지 흙과 돌만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하여 허덕여왔던 것인데,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단지 1만년 만에 경천동지할 변화를 일구어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금속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금속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금속의 세계사에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수십 가지나 되는 금속들 가운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구리,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 등 일곱 가지의 금속이 우리에게 다가온 과정을 뒤쫓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고고학적 성과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제일 처음 실생활에 끌어들인 금속은 구리였습니다. 고고학자들이 찾아낸 자료들을 보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구리제품이 발견된 곳은 이스라엘의 북동쪽, 요르단 국경에 가까운 텔 타프입니다. 이곳은 기원전 5100-4600년에 형성된 고대 유적지인데 대규모 저장시설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2007년 이곳을 발굴하는 동안 길이 41밀리미터 길이의 부식된 구리 송곳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송곳은 이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구리 성분으로 만들어졌고, 놀랍게도 흑해연안의 그루지아공화국에서 나는 구리로 만들어졌고, 지표상에서 얻을 수 있는 구리가 아니라 제련과정을 거친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렇게 고고학적 사실들도 매우 흥미로운데, 구리에 관한 이야기를 로마황제 카이사르가 권력을 잡은 다음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은 동전을 쓰도록 한 사실을 들어 구리가 우리의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장소라고는 해도 외국에 있는 장소는 머리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저자들은 상세지도를 곁들이는 친절함에 더하여 현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도 첨부하는 성의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유물의 사진을 기본이구요. 물론 대부분의 금속들이 외국에서 먼저 사용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야기속에 등장할 틈이 없을 것이라서 섭섭해하실 분들을 위하여 우리나라의 금속사용기술 등에 관해서도 빠트리지 않는 자상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옛날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놋그릇에 관한 이야기를 구리편에서 소개합니다. 나아가 우리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된 원인(遠因)이 바로 조선이 개발한 우수한 은제련법을 일본에 전수해주었던 것이라는 사실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서 김감불과 김검동이 함경도 단천에서 채굴되는 납을 가지고 순도높은 은을 더 많이 제련하는 단천연은법을 개발해내는데 성공했다는 기록을 인용하면서, 이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最高)의 은 제련법의 하나로 중국이나 일본, 또는 서양의 제련법에 비해 순도가 더 높은 은을 추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천연은법은 중국과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특히 일본에 전해진 단천연은법은 일본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대규모의 은이 매장되어 있었지만, 제련기술이 없어 방치되었던 것인데, 바스코 다 가마의 동인도항로의 발견에 이어 중국으로 진출한 유럽의 상인들은 일본의 은과 중국의 자기 등을 엮는 삼각무역을 키우면서 일본은 전세계 은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던 것이고, 이를 통하여 부를 축적한 일본은 네덜란드로부터 총기류 등을 수입하여 조선을 침략하는 기반을 쌓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일본입니다.

 

은 이외에도, 신라의 금관, 조선의 철화백자 등이 당당히 금속의 세계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방대한 자료에 우리의 역사를 녹여낸 저자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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