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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평점 :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다시 읽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것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47년 전인가 봅니다. 여름방학이 되면서 집에 있던 헤밍웨이 전집을 독파하는 것으로 피서를 삼겠다고 작정하고 읽은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스페인의 내전의 성격은 전혀 아는 바 없이 그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국인 로버트 조던이 좋은 편이고 조던이 상대로 싸우는 파시스트가 나쁜 편이라는 이분법을 적용하여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당시 스페인 내전의 성격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다시 읽게 된 것은 스페인여행기를 쓰면서 참고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페인 내전(스페인어: Guerra Civil Española)은 마누엘 아사냐가 이끄는 좌파 인민전선 정부와 프란시스코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우파 반란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입니다. 1936년 7월 17일 프랑코 장군이 모로코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내전이 시작되었으며, 1939년 4월 1일에 공화파 정부가 마드리드에서 항복하여 프랑코측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의 양상으로 전개되었는데,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하여 각국에서 모여든 의용군으로 구성된 국제여단이 집권 공화국의 인민전선을 지원하고, 반란을 일으킨 프랑코를 파시스트 진영인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 그리고 살라자르가 집권하고 있던 포르투갈이 지원한 것입니다.
내전이 일어난 사회적 배경은 1936년 2월 총선 결과 승리하여 의회를 장악한 스페인 사회주의노동자당, 좌파 공화파, 스페인 공산당 등으로 구성된 인민 전선은 토지개혁을 포함한 개혁 정책들을 시행하였고, 스페인의 지주·자본가·로마 가톨릭 교회의 불만은 고조되었던 것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노동자 농민들은 시민군을 조직하여 공화파를 지원하였지만, 공화파는 시민군의 세력이 커지는 것에 불안을 느껴 방관하는 바람에 반란군의 점령지역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고, 오히려 시민군이 게릴라활동을 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937년 5월의 마지막 주에 미국 몬태나 출신의 로버트 조던이 게릴라 민병대의 도움을 받아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성공하기까지의 3박4일에 걸친 과정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조던은 라그랑하를 거쳐 세고비야를 점령하려는 작전을 세운 골츠장군을 지원하기 위하여 마드리드와 세고비아 사이에 위치한 과다라마 산맥에 위치한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조던을 지원하기로 한 민병대를 지휘하는 파블로는 다리를 폭파한 다음에 자신들의 안위가 더 걱정인 것 같습니다. 조던과 협조하는 척하다가 습격당일 아침 폭약과 뇌관을 가지고 사라졌다가 결국은 다시 돌아와 습격에 참여하는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작가는 3박4일의 긴박한 시간 속에서 다리 폭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조던이 죽음을 맞는 결말을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파블로의 집시아내인 필라르의 점술을 통하여 조던의 운명을 내비치는 것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주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조던의 경우는 현장에 도착해서 자신이 죽을 운명임을 깨닫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옮긴이는 조던의 이런 면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안녕을 포기한 채 오직 공동선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조국과는 무관한 스페인의 내전에서 조던이 이루고 싶었던 공동선은 목숨을 다할 가치가 있었을까요? 조던이 죽음을 앞두고 만난 마리아와 사랑을 탐닉하는 모습은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지면서 허무한 느낌마저 드는 것 같습니다.
박정은작가는 <스페인 소도시 여행; http://blog.joins.com/yang412/13552146>에서 헤밍웨이가 안달루시아의 론다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했다고 전하면서 론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인용되어 있다고 소개하였습니다. 바로 민병대가 점령한 절벽 위의 작은 마을에서 파시스트를 처형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트리는 장면이입니다. 그리고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황소와 겨루는 필라르의 옛남편의 모습을 통하여 투우사의 고민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