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사진을 모티프로 한 <사진에 관하여; http://blog.joins.com/yang412/13505861>와 <타인의 고통; http://blog.yes24.com/document/7834214>을 읽으면서 수전 손택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한 면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주장에 공감하는 점도 많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런 인연에다가 특히 질병에 대한 그녀의 사유를 담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각기 따로 출판되었던 <은유로서의 질병(1978)>과 <에이즈와 그 은유(1989)>를 하나로 묶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 때는 일반적으로 있는 그대로 기술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 설명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손택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이미지나 은유 등의 해석을 덧씌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그녀의 글에서도 나름대로의 해석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손택은 결핵과 암에 대한 은유의 역사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다섯 살 때 결핵을 앓다 숨진 아버지와 마흔 두 살 때 본인이 앓게 된 유방암이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아버지가 결핵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손택에게 철저하게 숨겼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결핵이라는 전염병의 가족력이 손택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배려를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질병, 특히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질병을 신비화하는 경향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손택이 <은유로서의 질병>을 쓴 십년 후에는 친구가 에이즈로 세상을 하직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에이즈라는 질병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올리기 위하여 <에이즈와 그 은유>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유로서의 질병>을 발표한 시점이나, <에이즈와 그 은유>를 발표한 시점의 의학수준으로 결핵이나 암, 그리고 에이즈는 일반적으로 치유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질환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신비화하거나, 혹은 종교적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유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입니다. 작가는 문학작품 혹은 개인서한 등을 통하여 이들 질병과 관련된 서술을 두루 인용하면서, 그와 같은 서술이 나오게 된 배경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질병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분명하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결핵은 하나의 기관, 즉 폐의 빌병으로 알려진 반면에 암은 어느 한 기관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다음, 몸 전체로 확산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23쪽)”라고 적었습니다만, 결핵은 우리몸의 대부분을 침범하는 전염병이며, 암은 특정 기관마다 특정한 종류의 암이 발생할 수 있고, 신체로 전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는 다양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질환인 것입니다.

 

질병에 대한 작가의 리뷰는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않는 과거의 은유가 과연 질병이 생기는 기전이 상당히 밝혀지고 치유가 가능하게 된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다시 예를 들면, “결핵이 병든 자아의 질병이듯, 암은 타자의 질병이다(101쪽)”라는 저자의 주장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질병은 늘 사회가 타락했다거나 부당하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고발해 주는 은유로 사용되어 왔음’을 지적하고(106쪽), 오히려 이러한 상상력을 부추기기보다는 가라앉히려는 목적으로 질병의 은유에 관한 글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질병이 가장 큰 불행이듯이, 질병이 가져오는 가장 큰 불행은 고독이다. 질병이 감염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때, 의사조차도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할 때.... 이것은 환자에 대한 사회적 추방이며 파문이다.(163쪽)”라는 부분이야말로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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