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가지 길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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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노화방지(anti-aging)이라는 말을 일상처럼 듣게 되었습니다. 나이 먹는 것을 거부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남들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은 나이가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노화방지를 내세운 상술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저는 젊어서부터 새치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환갑을 넘긴 금년에는 반백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인지, 염색을 하면 훨씬 젊어 보일 것이라는 조언을 흔히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긴 대로 살아간다는 원칙을 정하고서 들은 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책을 만났습니다. ‘영혼의 치유사’라고 하는 독일의 대중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가 쓴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입니다. 슈미트는 ‘노화방지’ 대신에 ‘노화의 기술(art of aging)’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나이 든다는 것에 맞서 살아가는 대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긍정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나이 듦의 멋진 기술, 즉 멋지게 나이 들어가기 위한 삶의 기술을 익히게 되면 인생이 아름답고 긍정할 만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나이 듦의 자연적 의미는 각자가 자기 삶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점차 익숙해지는 것이며, 나이 듦의 문화적 의미는 지금의 삶을 좀 더 수월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정신적 원천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정의하였습니다. 저자는 ‘마음의 평정’이야 말로 정신적 원천 가운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현대사회는 인간들을 욕망으로 선동하고 교란하며 삶을 심하게 소용돌이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을 삶의 기술을 뒤쫓아온 저자가 관찰과 경험 그리고 사유의 결과를 바탕으로 시기, 특성, 습관, 행복, 고통, 접촉, 사랑, 사색, 준비 그리고 그 후 라는 주제어로 정리하고 있는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단계 과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시기란 인생을 분기로 나누어 보았을 때, 중년의 위기와 갱년기를 겪게 되면서 나이듦이나 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시작하는 시기야말로 바로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하는, 1단계라는 것입니다. 나이듦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 삶의 국면이 가지는 특성들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즉, 마음의 평정을 가능하게 하는 변화에 대한 열린 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노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살아온 방식, 즉 습관을 바꾸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좋지 않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만, 고통까지도 이미 몸에 배어 있다는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인 듯합니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살아오면서 겪은 노고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즐거움을 의식적으로 누려도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즐거움은 소박할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즉 너무 큰 것을 바라면 그것이 스트레스가 될 것이니까요. 다섯 번째 고통까지도 마음의 평정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고통은 삶을 해치기 마련이지만 그 고통마저도 스스로 결정한 범위 안에서 수용하다보면 마음의 평정을 이루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단계는 접촉인데, 외톨이가 되지 않고 누군가와 접촉을 유지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독서는 무언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정신적인 접촉이자 접촉받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단계는 사랑인데,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여덟 번째 단계는 사색입니다. 사색을 통하여 마음을 즐겁고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돌아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다시 눈을 미래로 돌려보면 삶을 마무리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아홉 번째 단계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죽믕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죽음의 의미도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죽음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죽음은 역설적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단계는 죽음 이후의 단계가 되겠지요.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소멸하고 말까요? 자아를 완성한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 영원히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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