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의 역사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 2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진숙은 <위대한 미술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94632>에서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라는 부제에 걸맞게 <미의 역사; http://blog.joins.com/yang412/13508185>, <추의 역사> 그리고 <궁극의 리스트; http://blog.joins.com/yang412/13493806>까지 에코의 책들을 꼽았습니다.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이 옳았을 터이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추의 역사>가 제일 늦었습니다. 아마도 미에 대한 관점을 역사적으로 정리한 것은 있어도 추한 것에 대한 관점을 역사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미의 역사> 나아가 <궁극의 리스트>를 읽으면서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던 기억 때문에 읽기를 미루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진숙이 ‘에코의 대단한 기획은 현실논리에서 끝내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176쪽)’라고 적은 것은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한 작품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미술사에서 보기 힘든 작품들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현기증이 날 만큼 많은 사물들의 이미지가 집적되어 있고, 문학으로 마하면 마침표를 찾기 힘든 기나긴 문장의 나열로 이루어진 것들이다.(176쪽)’ 물론 인용하고 있는 작품들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간간이 자신의 생각이 섞여들기는 하지만 그 인용한 원전의 일부를 모조리 나열하고 있는 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만,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라서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의 경우는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미의 역사>의 편집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에코는 미에 대한 관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겪기는 했지만, 그 변화를 뒤쫓을 수 있는 반면 추에 대한 관념의 변화를 뒤쫓아 정리한 결과물을 찾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대에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괴기스럽고 추한 이미지를 신화의 한 부분으로 창조해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렇게 창조된 신화는 시대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되면서 예술작품으로 표현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지옥과 악마 괴물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종교가 점차 정교한 이론을 정립하면서 종교와 관련하여 천국에 반대되는 지옥, 천사와 대립하는 악마의 존재를 표현하게 되었고, 악마의 꼬임이 넘어가 고통 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추하고 잔혹하게 표현하기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중세에 이르러서는 사탄과 마녀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역시 괴기한 분위기가 강조되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질병에 의하여 변형되어가는 인간의 모습 역시 보기에도 추하였을 것입니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물들이 쇠락하거나 어지럽게 나뒹구는 모습도 역겹고 추한 것이 되고 말았고, 그런 것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미적인 것을 패러디하여 미에 대비된 추한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면 추한 모습을 상상하던 방식에서 추한 것들을 보이는대로 그려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다시 추한 모습을 재창조하여 초현실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으니 추에 대한 관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모해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에코가 집대성한 것들을 두고 이진숙은 ‘추라고 쓰고 미라고 읽다’라고 개념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즉 인간은 추를 통해서 미를, 거짓을 통해 진실을,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선과 미의 공고한 관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즉 ‘아름다운 악마’는 ‘아름다운 천사’보다 더 매력적인 존재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에코의 대단한 기획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미학에 대한 저의 공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마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시각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