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면을 쓴 사람이 인정받을까 - 사람을 얻으며 이기는 10가지 가면 전략
무거 지음, 류방승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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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에서 나온 직장내 처세술에 관한 책까지 소개되기에 이른 것 같습니다. 직장이란 어디나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아무리 작은 사회라고 하더라도 조직문화라는 것이 있고, 그 조직문화는 그 나라의 전통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기 마련입니다. 중국이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분명 차이가 존재할 것입니다.

 

저자는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관리 전문가이자 경제경영·자기계발 전문 작가라고 합니다. 비교적 생소한 중국 직장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사천지방의 전통극인 변검(變瞼:중국 전통극에서 배우가 신속하게 얼굴 표정 가면을 바꾸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배우가 움직임으로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이끌면서 순간적으로 다른 얼굴표정을 나타내는데, 분장용 도랑이나 가면을 이용하여 얼굴색과 표정을 바꾸기 때문에 관객들의 놀라움을 이끌어내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직장이라는 작업무대는 공연무대보다도 훨씬 더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가면을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가면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가면이은 항간에서 유행하는 후흑학(뻔뻔함과 음흉함을 처세의 덕목으로 삼는 학문)이 아니라 직장 내 처세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침묵, 칭찬, 약세, 거절, 용인, 능동, 후퇴, 유머, 추종, 과시 등 모두 열 개의 가면을 준비하면 좋다고 했습니다. 의미가 겹치는 부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분명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열 개의 가면에 따라 장을 구분하고 몇 개의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은 직장인이 선배 혹은 동료로부터 가면에 관한 조언을 듣고 대응방식을 바꾸어 성공에 이른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설명에 맞추어 사례를 만들어낸 것 같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연기자가 아닌 다음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행태를 금방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직장생활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직장인이 저자가 생각하는 대로 쉽게 생활태도를 바꿀 수 있다면 천편일률적이 되어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자가 추천하는 열 가지 가면 가운데 각자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보다 강화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직장 초년생이라면 자신이 일하는 곳의 분위기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여 스스로의 생활방식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즉,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실패 사례가 먹히는 직장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직장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만, 자신의 타임과 맞지 않는 직장에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삶을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직장을 바꾸는 편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각 장의 말미에 둔 가면의 사용설명서와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중국사람인 것을 보면 중국내 회사에서 인사관리 혹은 직장인 심리를 연구해온 저자의 경험을 녹여서 창조한 인물들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추종의 가면을 설명하면서 인용한 렁 이사의 사례인데,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하락하고 있어 몇 개월 간격으로 이사를 갈아치우는 회사에 부임한 이사가 이틀도 안되어 회사의 산적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틀이면 업무보고도 끝나지 않았을 시점 아닐까요? 그래도 서양에서 나온 처세술 원리 뿐 아니라 중국의 고사에서 가져온 처세술의 원리들도 두루 인용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후퇴의 가면을 설명하면서 인용한 뛰어난 부하직원과 그를 알아보고 발탁하는 상사의 이야기를 ‘천리마는 어디에나 있지만, 이를 알아보는 백낙은 드문 법’에 비유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저는 여전히 가면보다는 진심이 통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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