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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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림을 잘 아는 분의 설명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하면서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 아는 만큼은 작품의 배경에서부터 그림을 그린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림 역시 공부를 많이 해야 그만큼 더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무서운 그림>은 제목이나 부제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인지 집어들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무엇을 담고 있었습니다.

 

모두 스무 점의 그림에 담긴 섬뜩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다른 그림들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작품도 있지만, 처음 대하는 그림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그림들 가운데는 틴토레토의 <수태고지>에 곁들이고 있는 프라 알젤리코의 <수태고지>,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뒤즈 호의 뗏목>처럼 직접 보고 기억하는 작품도 있는가 하면, 그림이 걸려 있는 프라도 미술관이나 루브르박물관에서 보지 못했거나 볼 시간이 없었던 그림도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태고지의 경우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틴토레토의 수태고지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고, 지금도 서울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운보의 성화전시에서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태고지를 그리는데 몇 가지 약속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로는 대천사 가브리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령의 비둘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등에 날개가 달려 있고, 성모마리아는 붉은 색 옷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 비둘기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타고 마리아의 머리 혹은 가슴을 향하는데, 수태의 순간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또한 수태고지의 모습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천사의 방문에 놀라는 마리아, 수태하리라는 말을 듣고는 당혹스러워하는 마리아, 그리고 마침내는 이를 수긍한 순간의 마리아를 이어서 그린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수태고지 역시 역사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운보의 수태고지 역시 한국적으로 해석하여 그린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시간이 없어 챙겨보지 못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안타까운 한편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개의 패널로 그려진 연작의 그림은 단테의 신곡에 빗대어 인곡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소설집 <데카메론>에 나오는 다섯 번째 이야기가 바탕이 된다고 합니다. 신분이 높은 가문의 여인을 사랑한 남자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귀신들이 벌이는 복수극을 보고서 이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결혼승락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정말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입니다.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의 경우는 고야의 그림과 루벤스의 그림이 모두 프라도 미술관에 걸려 있는데, 고야의 그림은 보았지만, 루벤스의 그림은 보지 못했습니다. 어떻든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사투르누스는 그리스신화의 크로노스인데, 카오스에서 태어난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자신의 아들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교접하여 거신 크로노스를 낳았는데, 우라누스의 폭압에 분개한 가이아가 크로노스를 사주해서 우라노스를 거세해 죽이고 신들 위에 군림했습니다. 그런데 크로노스는 우라누스가 마지막 순간에 남긴 “너도 네 자식의 손에 죽을 것이야”라는 말이 거슬려서 누이동생이자 아내였던 레아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집어삼켜버렸다는 것입니다. 크로노스는 결국 제우스에게 살해를 당하고 마는데, 그때까지 크로노스가 삼켰던 제우스의 형제들을 뱉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야의 그림처럼 아이의 몸뚱이가 으스러지고 있다면 그나마 다시 살아날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오리잡 넓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도 역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면 분명 무서운 그림 맞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을 혹시 볼 기회가 있다면 저자의 설명을 유념하여 감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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