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캘리그라피 - 모슬렘 아이덴티티와 아름다움
이희숙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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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이베리아 반도와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이슬람 건축물을 포함한 다양한 문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세밀하면서도 정교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지만, 이슬람 문화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어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없었습니다. 아랍문자 역시 전혀 해독할 수 없으니 기묘하다는 느낌 정도만 남았을 뿐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랍문화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희숙박사님의 <이슬람 캘리그라피>를 만나게 된 것은 참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위키백과에서 “캘리그래피(영어: calligraphy, 그리스어: κάλλος kallos ‘아름다움’ + 그리스어: γραφή graphẽ ‘쓰기’)는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는 14~16세기 북부 이탈리아의 서풍을 이어받아 처음 시작했고, 영국의 에드워드 존스턴(Edward Johnston)이 이를 부흥시켰고, 기욤 아뽈리네르가 캘리그래피라는 용어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에는 왕휘지 필체가 유명하고, 우리에게는 추사체가 유명하듯 문자를 아름답게 꾸며 써는 기술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즈음에는 워드를 사용하려다 보면 다양한 필체를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필체를 특별하게 고안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여 익혀야 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슬람 캘리그라피>에서 이슬람세계와 아랍문화, 그리고 이슬람 캘리그라피의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고, 이어서 현대에서는 이슬람 캘리그라피를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쿠웨이트에서 진행한 연구자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에 의하여 창시된 이슬람은 알라를 유일신으로 하는 종교로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전한 알라의 말씀을 기록한 코란과 예언자의 말인 하디스를 사리아, 즉 거룩한 법으로 삼아 모슬렘-이슬람을 믿는 사람들 - 개인과 공공의 실제 생활을 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의 한 입구에는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신앙고백을 의미하는 샤하다, 기도를 의미하는 살라트, 순례를 의미하는 하지, 금식을 의미하는 소움 그리고 자선 헌금을 의미하는 자카트가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라고 합니다. 코란이 이슬람 캘리그라피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코란을 책으로 발간하고, 새로운 문체와 장식으로 발전시켜 모스크의 미나레와 아치 등에 새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초기 이슬람 문서에 나타난 캘리그라피는 체계적이며 모뉴멘탈하고 기하학적인 쿠픽문자와 평시 사용되는 흘림 글씨나 속기에 사용되는 곡선적인 나식문자가 있다고 합니다. 9세기 후 20여개 이상의 초서 문체가 있었지만 부침을 거듭하여 다양한 모양의 초서체가 남아 전해내려왔다고 하는데, 저자는 대표적 초서체의 발전과정과 그 모양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씨이면서도 예술적 향기가 넘치는 그래픽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슬람에서 캘리그라피의 중요성은 코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장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으로...(17쪽)’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코란의 68장은 ‘펜으로 그들이 쓴 것...(33쪽)’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며 96장에는 ‘하나님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을 펜으로 가르치신 분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캘리그라피는 이슬람 건축에서 중요한 장식 요소로 발전하게 되는데,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에도 아름다운 쿠픽과 여러 문체의 캘리그라피가 아라베스크와 기하학적 모티브가 얽힌 밴드렐리프로 모자이크에 새겨졌다고 합니다. 특히 알람브라의 모든 벽에는 ‘하나님이 없이는 승리도 없다’라는 문장이 새겨졌다고 합니다. 캘리그라피는 기하와 아라베스크와 함께 이슬람 오너먼트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동지중해지역에 자라는 아칸투스와 바인 스코롤에 기원을 두는 아라베스크의 기본 특징은 계속된 한 줄기에서 갈라지는 대신, 한 특수 식물이 어떤 방향으로 서로 성장하는 기하학적 패턴이라고 합니다. 기하는 틀짜기, 채우기 그리고 연결하기라는 세 가지 기능으로 구성되어(125쪽), 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노린다고 합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이슬람 예술에 대한 나스르의 다음과 같은 표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 예술은.... 신성한 책, 코란에 나타난 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구현시키는 캘리그라피의 형태에 결합하고, 기하와 꽃패턴을 이용해서 물질을 고상하게 만드는 한 방법이다.(126쪽)”

 

저자는 역사적 유물에 남아있는 캘리그라피는 물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캘리그라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생소한 이슬람 캘리그라피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이슬람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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