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윤복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단체로 관람하는 내내 다른 친구들 몰래 눈물을 감추느라 꺽꺽 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주인공이 그래도 살아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내내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상상도 해보면서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깜찍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의 대구가 배경이 된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현대의 미국 어느 지방도시가 배경이 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시대와 문화가 다르고 주인공이 남자 어린이와 여자 어린이로 각각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어느 날 아빠가 25센트짜리 동전꾸러미 세 개와 1달러짜리 지폐만 가득한 마요네즈 통만 남기고 사라지는 바람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 고물차에서 잠을 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열한 살짜리 소녀가 당신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어린 아들과 딸을 재울 방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서 투 잡을 뛰어가며 정신없이 일하는 엄마가 아빠처럼 도망가지 않고 지켜주고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조지아는 몇 일째 샤워를 못해서 떡진 머리와 몸에서 나는 냄새를 친구들이 눈치 채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아빠와 엄마를 원망하면서 해결하라고 졸라대는 철부지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엄마가 졸지에 직장에서 해고되자 자신이 나서서 집세를 마련할 길을 모색하는 깜찍한 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부잣집 개를 훔쳤다가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는 별로 권장하지 못할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순진한 남동생을 범행에 끌어들이는, 사회생활의 모범을 보여야 할 언니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짓까지 저지르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의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개를 훔치는 전체 과정을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단계별로 처리해야 할 상황을 목록으로 만들어 검토하는 것을 보면 조지아는 꽤나 주도면밀한 성격인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남동생까지도 범행에 끌어들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보면 우리의 아이들은 때로 부모가 생각하지 못하는 면모를 보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장기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반발심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조지아의 범행모의가 잠시 생각에 그치는 정도였다거나, 아니면 산뜻하게 성공했더라면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두었습니다. 우선은 거리 하나를 소유한 부자로 생각했던 개주인이 사례금조차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훔친 개를 숨겨둔 장소에 낯선 이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나쁜 길로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은 작가께서 구원투수를 투입한 셈입니다. 구원투수는 경찰이나 개주인에게 조지아의 범행사실을 알리기보다는, 조지아가 저지른 일이 좋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우회적으로 교훈을 주기까지 합니다. 사회의 어른으로서 본받을만한 점이 많은 현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와 마무리는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번역의 차이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옮긴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266쪽)”라는 <안나 까레리나>의 첫구절을 소개했는데, 연진희님이 옮긴 민음사판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라고 옮기고 있습니다. 어떤 번역이 더 실감이 나는지는 읽는 분들마다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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