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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음악태교 - 피아니스트 엄마의
이노경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에서는 3․3․3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도 3자녀를 낳고, 자녀도 3자녀를 낳고, 손자도 3자녀를 낳아서, 3배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자”하는 내용입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현상이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용불안과 육아비용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 결혼적령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심지어는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키우기 어렵다 해서 아이를 적게 낳으면 그 아이들은 자신이 낳을 아이들 뿐 아니라 늙은 부모들을 부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지금보다 몇 배나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이들을 많이 낳아야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이 기르는 일이 고통보다는 즐거움이 크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임신과 육아에서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다는 이야기들이 보다 많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재즈피아니스트 이노경님의 <조금 특별한 음악태교>는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음악에서 원하는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 매진하느라 결혼이 늦어진 이노경님은 그래도 마흔 전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고 마흔 전인 서른아홉에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전공인 음악을 태교에 활용하였는데, 그 경험을 예비 엄마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내셨다고 합니다.
제가 산부인과를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의사의 시각으로 본다면 더 젊어서 아이를 가지는 것이 엄마와 아기를 위하여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늦게 결혼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만얀 그런 마음이 있었더라면 보다 솔직하게 적어주셨더라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런 생각을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있었습니다. “어느 것이 최선이라고 말할 순 없다. 오롯이 자기 선택일 뿐이다. 다만, 나의 경우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홀로 전투하듯 성공의 금자탑을 쌓은 솔로 여성보다는 멋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알고 봤더니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고 가정도 있는 유부녀더라는 찬사가 더 훌륭해보였다.(104쪽)” 그렇죠. 남 보기에 훌륭해 보이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나이 들어 친구들이 하나둘 곁을 떠나고, 병들어 누웠을 때, 침상 곁을 지켜줄 사람은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들 밖에 없다는 것을 왜 미리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당장 키우기는 힘들어도, 물론 노후에 아이들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단단하게 결심을 하더라도 가족들이 제일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전공을 바탕으로 임신 사실을 알면서부터 매주 단위로 어떤 음악이 아이와 엄마에게 좋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태교에 적당한 음악을 신중하게 고르고 그 음악을 고르게 된 배경까지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편집하신 분은 주로 아이를 가진 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으실 것을 고려한 때문인지 꽃과 음악을 주제로 하여 책을 엄청 예쁘게 꾸몄네요. 페이지마다 음악과 꽃향기가 흘러나오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는 그 주일에 들으면 좋을 음악들을 골라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임신 4주째에는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와 웨스트 라이프의 <You Raise Me Up>이 눈에 띄는군요. 꼭 서양음악만 고른 것도 아닙니다. 입덧이 시작하는 임신6주째에는 심신을 평안하게 하는 음악이 필요한데, 특히 우리의 전통음악 가운데 궁중음악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느린 템포에 감정을 절제하고 명상을 우선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합니다. <영산회상>, <여민락>, <보허자> 등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는 저자이지만 음악을 업으로 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희생되는 심각하고 어려운 음악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듣고 있지만 듣지 못하며, (…) 여전히 내일에 집중해도 방해받지 않는 음악(52쪽)”이 태교음악으로 좋다는 것입니다. 분명 음악을 듣되 무의식에서 듣고 있는 것이지만 태중의 아이는 분명 그 음악을 듣고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산의 아픔이 있었지만, 39주 동안 품고 있던 아가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를 했군요. “가보지 않아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된다~!!!(212쪽)” 이렇게 마무리한 것을 보니 일년쯤 뒤에는 음악을 활용한 육아일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