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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디자인의 역사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9월
평점 :
무엇을 만드는 재주는 없지만 예쁘고 잘 만든 것에 눈이 끌리는 것을 보면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면 튼튼하면 되지 예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요즈음은 깜끽할 정도로 예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쉽게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디자인을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실제로 디자인을 전공하시는 분들도 많이 배출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은 순수예술보다는 응용예술의 영역에 든다고 하겠습니다. 박연실교수님의 <현대 디자인의 역사>는 빠르게 발전해온 현대 디자인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어 현대 디자인의 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디자인 공부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 디자인은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1760년에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1850년부터 미술공예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대량생산에 따라 사라져가는 미적인 것에 대한 반동이 작용한 셈입니다. 숙련된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제품생산에만 관심을 두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산품들은 대량생산과정을 통하여 가격이 저렴하여 초기에는 일단 대중의 호기심을 채울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채워지지 않은 무엇이 있었을 것입니다.
기계로 생산된 공산품의 미적 수준이 급속도로 저하되는 현상이 ‘취미의 섬세함’을 지닌 예술가들이 묵과하기에는 우려할 수준에 달하면서 나온 움직임이 미술공예운동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존 러스킨과 윌리엄 모리스가 주도한 미술공예운동이 현대 디자인의 시발점이었고, 특히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대박랍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현대디자인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한 책자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많지 않은 외서들을 일관되게 정리하여 보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목차를 보면 현대 디자인의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이슈와 현대 디자인의 발전에 기여한 나라 등, 모두 16개의 주제로 나누어 현대 디자인이 발전해온 과정을 정리하였습니다. 앞부분에는 현대 디자인이 시발한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런던 대박람회, 미술공예운동, 아르누보, 세세션, 산업화와 기계미학 등을 다루었고, 후반 부에는 독일공작연맹, 데 스틸, 바우하우스 등 초기 현대 디자인을 발전시킨 핵심요소들을 별도로 정리한 다음, 미국, 스칸디나비아,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개별 국가에서의 디자인 발전사를, 그리고 최근의 경향인 팝디자인과 포스트모던 디자인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머리말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저작권 시비와 관련하여 도판 사용에 관한 부담 때문에 출간을 고심하였던 것처럼 풍부한 사진자료를 곁들이고 있어 눈이 즐거울 뿐 아니라 기술하고 있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가끔씩 설명 없이 넘어가는 그림도 있다는 것입니다. 도판자료에는 미술과 조각과 같은 예술작품에서부터 생활용품과 같은 소품으로부터 실내장식을 넘어 건축물과 같은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초반에 만나는 예술적 감각에 대한 러스킨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아름다운 예술이란 아름다운 것을 주변에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바라볼 여유를 가진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33쪽)”
러스킨이 주도한 미술공예운동의 정신은 꾸준하게 이어져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하게 되는 산업디자인에 녹아있는데, 초기 산업디자인의 개념을 이끌었던 영국의 디자이너 고든 러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기획이나 제조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제품에 추가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디자이너들은 주어진 문제에대해서 철저히 사전정보의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디자인은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3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