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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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읽기를 좋아하고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꾸준하게 정리하다 보니, 주변에서 그 방법을 물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개는 타고난 재주라는 생각을 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드리는 답변은 꾸준하게 훈련을 하시면 가능한 일이라고 답변을 드립니다. 그런 저이지만 역시 전업작가로 소설을 쓰는 일만큼은 타고 나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은 그와 같은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소설을 써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 것을 보면, 작가란 글솜씨를 타고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작가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은) 첫 강의에서, 책 서두에서, 작가의 강연 첫머리에서 ‘재능은 배운다고 해서 트이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거기서 그의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런 부정적인 문장 속에서 그가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부정이다.(2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기에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비법은 분명히 있고, 또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저자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유별난 분인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부딪치는 네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인데,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글이 풀어나가지 않는 상황에 부딪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한 책’ 작가인데, 좋은 작품을 하나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 생기는 다양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운동에서 말하는 2년차 증후군에 해당되겠습니다. 셋째는 가뭄에 콩 나듯 쓰는 작가인데, 앞의 두 가지 어려움이 뒤섞인 결과라고 합니다. 마지막 넷째는 기복이 심한 작가인데, 이는 기술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즉 이야기는 생동감이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끝까지 매조지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된다고 합니다. 작가의 의식이라 함은 어른스러움, 분별력, 절제와 공평함이라고 하는 요소를 갖춘 장인과 비평가로 발전해가는 훈련과정을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한다면 무의식은 오랜 경험을 통하여 축적된 기억, 감정, 사건, 장면, 성격과 관계의 의미를 불러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작은 의식이 무의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료들을 관리하고, 통합하고, 추려낼 수 있도록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 저자는 의식과 무의식이라고 하는 마음의 두 가지 기능을 가능한 멀리 떨어놓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이 둘을 동일한 마음의 두 측면이 아니라 서로 별개인 인격으로 바라보는 법을 터득한다면 일종의 모의 작업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무의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무언의 공상을 하는 시간을 만들고 그 결과를 쉽게 써내려가기를 권유합니다. 이른바, “무의식의 비옥한 자양분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무의식이 기선을 잡았을 때 힘들이지 않고 쉽게 글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79쪽)”라는 것입니다. 첫걸음은 평소보다 30분이나 한시간쯤 일찍 일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아무 내용이나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합니다. 즉 수면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중간수준에서의 글쓰기가 되는 셈입니다. 물론 전날 써놓은 글은 읽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습관이 자리를 잡으면 쓰는 분량을 늘려가라고 합니다. 이어서 일정한 시간에 글쓰는 습관을 들이고, 이제는 자신이 써놓은 글을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합니다. 작가의 꿈을 꾸는 분이라면 이미 적지 않은 책을 읽어왔을 것입니다만 이제는 작가로서 책을 읽는 법을 알아야 한답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글을 모방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며, 그러다 보면 순수한 시각을 찾아내게 되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작가 수업>이 발표된 것이 1934년임에도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고 있는 것은 글쓰기의 기교를 가르치는 교본이 아니라 작가의 기본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옮긴이의 설명대로 글쓰기의 기교는 시대와 작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글쓰기의 목적이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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