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로 사는 즐거움 - 농부 폴 베델에게 행복한 삶을 묻다
폴 베델.카트린 에콜 브와벵 지음, 김영신 옮김 / 갈라파고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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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삶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아직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작은 마을, 아귀(hague)에서 살고 있는 한 농부의 삶과 생각을 적고 있는 <농부로 사는 즐거움>은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기시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폴 베델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폴>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 이어서 책까지 낸 것을 보면 프로그램에서 그가 전했을 말들이 도시인들의 가슴을 후비는 강한 무엇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책은 폴에 직접 쓴 것은 아니고 그가 구술한 내용을 카트린 에콜 브와벵이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도 기시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여느 농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우리 농부들입니다. 농부라는 내 직업과 증언을 통해 땅을 갈고 다듬고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이지요. 농부의 가치와 ale음과 직업에 관해 말하는 것입니다.(158쪽)”라고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살고 있는 곳이 바닷가인 탓에 농사도 짓고 가끔은 낚시도 즐기는 여유 있는 삶을 보내온 폴은 농사일이나 성당에서 종치는 일 등,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 사랑했지만 고백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인을 마음에 품고 독신을 지켜온 자신의 삶에 대하여 후회는 없다고 하는데, 사랑은 역시 고백을 해야 기회가 생기는 법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나날들을 개구쟁이 같은 필치로 그려내지만, 후반부에서는 자연과 하나 되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핵 발전, 유전자조작식품, 대량생산 등에 대한 폴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발전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자연을 지나치게 파괴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무리를 하게 하는 발전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폴은 항상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여유라 함은 넉넉한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해도 빌리지 않고 일해서 번만큼 먹고 사는 것에 족함을 느낀다는 말씀입니다. “세상은 항상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고 늘 물가가 치솟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땅을 빼앗기고 풀 대신 화학사료를 먹습니다. 땅은 화학사료를 먹은 동물들이 싼 배설물을 견디지 못합니다.(192쪽)”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폴은 인간의 탐욕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자연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질을 투입하지 않고 옛날부터 써내려온 농사기술과 씨앗으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수확한 농산물을 먹고 사는 것이야말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삶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폴은 유전자재조합 농산물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핵폐기물 처리장에 대하여는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핵폐기물처리장이나 핵발전소가 환경을 파괴한다고 오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핵관련 시설이 들어옴으로 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무분별하게 호텔이 건립되는 등 주거환경이 어지러워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폴은 자신의 나이가 되면 세상에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없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이유는? 지상에서의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머지않아 하느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념을 지키며 나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 아무 것도 갖지 않았기에 늘 행복했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특별한 것이 없어서 행복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산 내 인생 덕분에 행복합니다.(309쪽)”라는 말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아직까지는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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