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 복잡한 세상, 넘쳐나는 기기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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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베리아 반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스마트폰 요금 때문에 데이터사용에 제한을 두었던 것도 있지만 통화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접속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관심이 여행으로 옮겨가면서 이내 적응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저도 상당히 전자기기에 목이 매여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장비에 관심을 빼앗겨 정신 못 차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알렉스 수정 김 방 박사님의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일본 교토의 이와타야마 원숭이공원에서 살고 있는 짧은꼬리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는 말을 시작하고 있어 당혹감이 들게 합니다. ‘갑자기 왜 원숭이 이야기?’ 그러다가 이 원숭이들이 인간처럼 똑똑하지만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점까지 빼닮았다는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관조적 컴퓨팅’을 해답으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관조적 컴퓨팅을 실천하려면 네 가지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 정보통신기술과 우리의 관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둘째, 세계가 갈수록 산만해지지만 우리는 확장된 마음을 다시 원래대로 제어할 해결책을 갖고 있다. 셋째, 기술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확장된 마음은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관조적 컴퓨팅의 출발은 호흡을 다시 가다듬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메일무호흡증’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다시 생각해보니 저 역시 수시로 메일함을 열어보는 습관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메일을 확인할 때 숨을 쉬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테크놀로지 컨설턴트, 린다 스톤이 처음 ‘이메일무호흡증’이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기억해야 할 사항-약속일정, 전화번호 등-을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려는 노력보다는 어디에 보관했던가를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이를 ‘분산기억’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지는데, 이는 곧 호흡으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1장에서 문제점을 요약한 저자는 이어서 몇 가지 문제해결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즉 일처리방식을 단순화하고 집중력을 돕는 프로그램 사용하기,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프로그램으로부터 탈피하기, 이메일, SNS 등 전자기기에 얼마나 매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거쳐서 디지털공간으로부터 탈출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관심을 재조정하기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최종적으로 관조적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멀티태스킹에 대한 개념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산용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멀티태스킹은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만, 저자는 이런 경우를 스위치태스킹이라고 구분하고, 멀티태스킹은 ‘마음속에 여러 과정의 활동을 간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다시 정의하였습니다. 즉 스위치태스킹은 사람을 산만하게 하고 기운을 빼는 비생산적인 것이지만, 멀티태스킹은 인류의 오늘이 있도록 한 좋은 기능이라는 것입니다.

 

최대 8시간까지 인터넷 접속을 막아주는 ‘프리덤’이라는 프로그램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다크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집중력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책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혹은 저자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하여 숱하게 나오는 괄호 안에 넣어둔 글들은 정작 책읽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관조적 컴퓨팅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윈의 산책길-샌드워크-을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이해가 쉬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작은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종교인들은 걸으면서 묵상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서 마음을 맑게 하고 영적 기운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키에르케고르는 ‘걸을 때 가장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라고 했던 것처럼, 저 역시 중요한 글을 써야 할 때는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관조적 컴퓨팅을 실행에 옮길 때 사용하는 여덟 가지 원칙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원칙과 친숙해지면 깨어있는 마음, 자기실험 그리고 회복 등의 힘을 빌어 정보통신기슬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확장된 마음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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