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뇌하뇌
스티븐 M. 코슬린 & G. 웨인 밀러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당연히 뇌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관심이 끌리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좌뇌형과 우뇌형으로 나누던 심리유형을 부정하고 새로운 뇌기능과 심리학 이론을 제시한 <상뇌하뇌>를 받아들고 큰 기대 속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론의 틀은 세웠지만, 아직도 검증해야 할 점이 많이 남아 있는 이론으로 보입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스티븐 M 코슬린교수와 작가 웨인 밀러가 같이 쓴 <상뇌하뇌>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뇌가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와 ‘예술적이고 직관적인’ 우뇌의 역할에 따라서 인지유형을 구분하는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신경해부학적 특징에 근거한 상뇌와 하뇌의 역할에 따라서 사람들을 네 가지 인지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론을 읽으면서 “우리는 아직 중요한 대목에서 아직 이론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많은 핵심적 예측이 아직 경험적으로 엄격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10쪽)‘라고 한 대목이 눈에 띕니다. 학술논문이 아니라 대중서로 이론을 발표하는 것 역시 충분한 과학적 근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우선 세 가지 핵심개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첫째, 뇌에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기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상뇌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반면 하뇌는 바깥 세계와 관련해 유입된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한다. 둘째, 인지유형이론에 따르면 선택이 가능한 경우, 즉 당면한 상황이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는 경우에는 상뇌와 하뇌 각각에 의존하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셋째, 네 가지 가능성에서 네 가지 기본적인 ’인지유형‘, 즉 개개인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의 기초가 되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형성된다, 등입니다.

 

먼저 육안적으로 보았을 때 상뇌와 하뇌의 영역을 구분하였고, 이미 잘 알고 있는 대뇌가 각각의 영역에 따라 맡고 있는 기능들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인지유형을 구분하고 있는데, 특히 뇌졸중으로 손상받은 부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인지유형이 이론을 세우는 기초가 되었다고 보입니다. 그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의 네 가지 질문입니다. 1. 자유 여신상은 어느 손에 횃불을 쥐고 있는가? 2. 시곗바늘이 3시5분을 가르킬 때의 각도가 8시 20분의 각도를 가리킬 때의 각도보다 큰가? 3. 미키 마우스의 귀는 어떤 모양인가? 4. 양상추와 시금치 중 어느 것이 더 짙은 녹색인가? 사실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서 인지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들은 상뇌와 하뇌의 기능의 차이가 인지유형을 결정한다고 했으면서도 ‘우리가 상뇌 시스템과 하뇌 시스템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었지만, 그 시스템들을 사용한 결과는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83쪽)“라고 한 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2부에서 저자들은 상뇌와 하뇌의 사용 정도에 따라서 각각 운동자 유형, 지각자 유형, 자극자 유형 그리고 적응자 유형의 네 가지 인지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하게 제시하고 있는 논리가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개별 유형의 대표적인 인사들의 사례를 들고, 전형적인 유형을 가상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는 것 역시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3부에서 저자들은 상뇌와 하뇌의 사용 정도를 평가하는 자가테스트의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틀만 제시하기 보다는 이러한 틀을 사용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평가한 데이터를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인지 유형이 변할 수 있다는 설명에서 의문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대뇌의 형태나 기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완성되고 뇌졸중이나 퇴행성뇌질환과 같은 질병상태가 아니면 변화가 없다고 볼 것이므로, 인지 유형이 변화할 수 있다면 저자들이 제시하는 이론이 완전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이 점은 저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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