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도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인들이 이 길을 주목하게 만든 <순례자; http://blog.joins.com/yang412/13056408>를 읽으면서 파울로 코엘료를 처음 만났지만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연금술사>까지 읽기를 더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모로코로 건너가기 위하여 따리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조형진 가이드가 바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 우연히 반복되는 꿈을 따라서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다녀오게 되는 소설인데, 전반부의 주요 무대가 되는 장소에 우리가 들어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미 내용을 알고 계신 소설이라서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저자가 책에 담고자 했던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을 보면 행복이란 가까운 곳에 있더라는 파랑새이야기의 스페인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구도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자아(自我)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에 답을 정리한 줄리언 바지니의 <에고 트릭; http://blog.joins.com/yang412/12873764>이 떠오릅니다. 줄리언 바지니는 나를 나로 만드는 변함없는 핵심이 존재한다는 ‘진주 관점’이라고 하는 일반적 관점과, 자아는 항상 변화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묶음에 가깝다는 ‘묶음이론’이라 불리는 관점에서 자아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는 ‘진주 관점’의 허점들을 제시하면서 ‘묶음이론’이야말로 자아를 보는 올바른 관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주인공이 산티아고인 것은 어쩌면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순례자의 무대가 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따온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고행을 예고하는 이름이기도 하지요. 운명을 믿는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피라미드로 가기 위한 첫 기착지 탕헤르에서 전재산을 잃어버린 그에게 다시 여비를 마련할 기회를 준 크리스탈 상점 주인이 무심코 뱉은 마크툽(“종교적 의미로 쓰이는 아랍어로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씌어있는 말이다’라는 의미로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옮긴이는 각주에 달았습니다.)이라는 말은 ‘운명이야’라는 말이 더 실감날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자질을 타고 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이야기의 곳곳에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자의 입을 빌어 전하는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도다.(62쪽)”라는 경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실험에서는 농구하는 사람들이 패스하는 숫자를 헤아리는 사이에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등장해서 왔다갔다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더라는 것을 보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47쪽)”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 산티아고에게 전하는 위대한 진실입니다.

 

환상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사하라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정말 이럴까 싶은 생각과 함께 사막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막 잠자리에 들려던 산티아고는 행렬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별 쪽을 바라보았다. 사막 위로 반짝이는 수백 개의 별들 때문에, 지평선이 조금 더 낮아진 듯 보였다.(144쪽)’ 사막에서는 어떤 느낌을 얻을 수 있을까 아주 궁금해집니다. 사막에서도 산티아고가 발견한 소라껍질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바다는 언제나 그 소라껍질 속에 있네. 그게 바로 그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걸세. 이 사막이 또다시 파도로 뒤덮일 때까지 말일세.(224쪽)”라고 연금술사가 말 한 것처럼 그 소라껍질에서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