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인생질문 20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4
줄리언 바지니.안토니아 마카로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주에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http://blog.joins.com/yang412/13535093>을 읽으면서 최고를 지향하는 교육방법을 논하는 듯한 느낌이 남았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를 받아들면서 새로운 시각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기획이었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와 심리학자 안토니아 마카로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품어보았음직한 스무 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각각 답하는 방식입니다. 줄리언 바지니는 ‘자아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한 <에고 트릭; http://blog.joins.com/yang412/12873764>을 통해서 이미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1. 자아의 통일성은 심리적 속임수가 만든 결과물이다. 2. 우리는 물질에 불과하지만 단순한 물질 이상이다. 3. 속성 자체가 변하기에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세 가지 명제에 기초하여 자아의 본질을 설명하였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실패한 삶일까>의 저자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경과가 아니라 노력일 뿐이라고 전제합니다. 즉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자들은 결과까지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류에 빠지면서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자기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실패를 견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최고, 행복, 목표, 욕망, 자긍심, 자기기만, 사회적 지위, 책임감, 새로움, 선택, 감정표현, 자부심, 직관, 외모, 중도포기, 낙관주의, 후회, 삶의 의미, 영성, 통찰 등 모두 20개의 주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적고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서는 시각이 같은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어 그 차이를 서로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획입니다. 두 저자가 각각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두 사람의 경력을 보면 두 분야에 대한 상당한 내공을 갖추고 있음을 볼 수 있어 굳이 철학자의 시각은 이렇고 심리학자의 시각은 이렇다고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스무개의 질문 가운데 열 두 개의 질문에서 심리학자 마카로의 답변이 먼저 나오고 있지만, 누구의 답변이 먼저 나오느냐 하는 것도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책임의 범위를 살펴보면, 철학자는 일상생활에서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모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유의지의 문제를 끌어들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감정이 개입되게 되면 더욱 복잡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각자의 느낌을 신뢰하지 말고 자신의 통제권 내에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실제로 책임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심리학자는 과도한 책임감도 책임회피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자만을 경계하고 겸손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자만 혹은 자부심과 겸손에 대한 철학자의 설명은 다소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어떤 이의 겸손한 태도를 보고서 그것이 거짓된 겸손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도 겸손이란 적당한 자부심을 의미한다고 이끌고 가는 과정이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심리학자는 작은 일에도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선택’이라는 주제를 놓고서는 두 사람의 시각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철학자는 ‘선택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라고 하고, 심리학자 역시 ‘우리는 대부분 일관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를 읽게 되면 저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철학자 겸 심리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저자들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핵심 요소는 자신을 위해 사고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며, 누구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명쾌한 답변을 제시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하며, 그렇다고 그 선택에 대하여 지나친 책임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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