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포드 - 고객을 발명한 사람
헨리 포드 지음, 공병호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김홍국님은  미국의 오늘이 가능하게 한 20세기의 인사들 가운데 경제 분야의 23인을 요약한 <미국의 거장들; http://blog.joins.com/yang412/13492337>에서 헨리 포드의 공과를 논한 것을 읽었습니다. 미국이 포드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그가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소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관리방식을 창출하고, 새로운 경영철학을 제시한 것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비전과 역경을 뚫고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추진력을 보여준 데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포디즘이라고 하는 자신의 경영이념에 따라 고임금의 원칙을 실천했는데, 그 결과로 거대한 중산층이 형성될 수 있었고, 이들의 구매능력이 확산됨에 따라 거대한 미국 경제력의 밑받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여 이외에도 거액의 유산을 포드재산에 넘겨 사회 및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라 했습니다. 반면 고임금을 내걸고 노조를 탄압하거나 회유한 사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조립라인을 도입한 것이 인간성상실로 이어진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고 해석하였습니다. 나아가 서구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자체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휴머니즘, 그리고 각 나라나 민족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장점들이 스러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발명한 사람 헨리 포드>는 1923년에 출간된 포드의 철학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인데 뒤늦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셈입니다. 깅홍국님이 지적한대로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 친나치적 경향이나 반유대적 성향 등 때문일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낡은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변화를 수용할 수 없게 된 사업가는 망한다.(9쪽)’라는 그의 생각은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그의 철학 가운데 오늘을 사는데 유용한 것들을 골라 읽는다면 삶에 도움이 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옮긴이가 뽑은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삶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여행이다. 자신이 ‘정착했다’고 굳게 믿는 사람조차도 정착해 있지 않다. 아마도 하락하는 중일 것이다. 모든 것은 흐름 속에 있다. 삶은 흘러간다. 아무 데로도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살아도, 거기 사는 사람은 변하는 것이다.(9쪽)”

 

모두 19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요약하면 자조(自助)의 정신과 평등, 의타심에 대한 경계 등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개념을 창조한 것이라든가, 사업에 서비스정신을 창안한 것, 대량생산과 분업이라는 신개념의 작업방식, 고임금을 주어도 생산비용을 낮추어 수익을 유지하는 경영방식,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자선정신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경영철학을 창안해낸 포드의 정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놀라운 발상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단 차를 팔고 나면 끝이었다고 합니다. 고장이나도 주인이 감당할 몫이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부품을 비싸게 팔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차를 소유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자가 아닌 다수의 대중이 차를 소유하는 시대를 꿈꾸었습니다. 최고의 소재로 최고의 기술자가 차를 만들지만 단순한 설계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인데, 그의 생각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무빙라인과 분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는 시카고 도매업자들이 쇠고기를 포장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고임금 원칙은 직원들의 걱정거리를 줄여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임금을 깎을지 배당금을 폐지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언제고 배당금을 폐지하겠다.(230쪽)”라고 한데서 고임금에 대한 그의 원칙이 얼마나 확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선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구절도 있습니다. “직업적인 자선은 차가울 뿐 아니라 도움보다는 상처를 준다. 수혜자의 품위를 깍아내리고 자존심을 마비시킨다. 이는 감상적인 이상주의에 가깝다. ‘자선’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이렇게 퍼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인 ‘사회복지사업’의 수혜자가 되었다. 국민 전체가 서서히 어린애처럼 무력한 상태로 빠져들어 갔다. 자선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의 성장은 봉사하고 싶다는 갸륵한 욕망을 쏟아놓는 배출구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립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고, 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바꾸지도 못했다.(288-289쪽)”

 

그가 노조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나는 노동 조직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를 위한 것이라면 어떤 종류의 조직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주든 노동자든 생산을 방해하는 조직이다.(346쪽)”

 

기업을 경영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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