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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준비 - 최준식 교수의 삶과 죽음 이야기 ㅣ Dr. Choi’s 최준식 교수의 죽음학 시리즈 2
최준식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3년 4월
평점 :
‘품위있게 죽기’라는 화두를 오랫동안 붙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나름대로는 마음을 다스려왔기 때문에 어머님께서 소천하시는 과정에서 결심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과정만큼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뇌졸중으로 왼쪽에 장애가 오셨지만, 꾸준하게 재활치료를 받으시도록 격려하기 위해서 완전 회복하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도, 뇌의 뒤쪽으로 가는 혈관이 거의 막혀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굳이 외면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돌아가신 다음 일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잘 못인 셈입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님께서 꼼꼼하게 챙겨서 절차를 진행하셨기 때문에 그저 따라가면서도 절차를 꼼꼼하게 챙겨서 기억해두지 못한 것도 잘 못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후 약방문이지만 최준식 교수님의 <임종준비>를 읽게 되었습니다. 한국죽음학회의 회장을 맡고 계신 최교수님은 건강할 때부터 임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죽음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죽음을 준비해야 할 노인대학에서도 취미강좌나 체조와 같이 오락성이 높은 프로그램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150쪽 밖에 되지 않는 얇은 분량이지만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을 정리한 “내가 갑자기 곧 죽는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종을 전후하여 부딪치는 문제들 그리고 장례 절차, 그리고 장례 이후에 남은 사람들에게 닥치는 문제들을 정리한 “사별의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의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막상 상을 당하고 보니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장례식장이나 장례절차를 도와주시는 스님도 오셨지만 전체의 절차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은 상황에 맞추어 우왕좌왕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상식을 올리는 것이나, 납골당에 유골을 봉안하는 절차도 격에 맞게 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말았다는 아쉬움 같은 것 말입니다. 예전 같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나서서 장례절차를 챙겨주셨을 것입니다만, 이제는 그런 관행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어머님께서 뇌경색이 재발해서 비교적 광범위하고 생명유지에 치명적인 부위가 손상을 입게 되면서 소생할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연명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형제들끼리 의논을 하게 되었을 때, 저는 먼저 연명치료 자체가 어머님께 고통을 드리는 일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편하게 생을 마감하시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럴 수가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은 인공호흡기가 아닌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으시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맞으시고, 장례를 모시고 49재까지는 이제 일주일 정도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남겨두신 유고를 정리해서 49재를 올리는 날 책으로 묶어내기도 했습니다만, 어머님 돌아가시고는 회사 일을 비롯해서 이러저런 일이 넘쳐나고 있어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하던 이야기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만 책 한권의 분량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해서 1주기 때까지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저자께서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하는 문제에도 무게를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첫 번째 단계로는 충격과 좌절 단계를 겪게 된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어쩌면 처음 뇌졸중이 생기셨을 때 주말마다 병원을 찾아 같이 시간을 보낸 것이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고독과 우울에 빠지는 데, 가장 긴 시간을 지나야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단계라고 하는데, 슬픔에 빠져만 있는 것이 결코 고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자신을 포함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 비극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평소에 마음의 준비를 잘 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간략하면서도 잘 정리된 죽음 준비서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