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역사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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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님은 <위대한 미술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94632>에서 ‘현대미술작품들은 미(美)라는 글자를 떼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엽기적이고 흉악하며 추하다(위대한 미술책, 169쪽)’라고 전제하고, ‘이제 추는 미의 부정이 아니고 미의 다른 얼굴이 되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와 추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시기마다 혹은 문화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미학에서의 미와 추의 개념이 잘 정리된 텍스트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 <추의 역사> 그리고 <궁극의 리스트>를 추천하였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지만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분석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미도 추도 아닌 것들을 묶어서 <궁극의 리스트; http://blog.joins.com/yang412/13493806>에 담은 것이라고 이진숙님은 말씀하였지만, 궁극의 리스트를 읽으면서 인내심을 시험하는 책읽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미의 역사> 역시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에서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미의 역사>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예술의 특정 영역이 발전해온 과정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미에 대한 관념이 발전해온 역사를 담고자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미와 예술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역시 이진숙님의 생각처럼 에코 역시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미의 역사, 14쪽)”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시대에 따른(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것입니다만) 변화를 비교하는 표를 먼저 제시합니다. 누드의 여성과 남성, 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 성모, 예수, 왕과 여왕 등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을 소개합니다.

 

이어서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 르네상스시대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미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기를 분명하게 나누고 있지는 않으며, 같은 시기에서도 주제별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이상적인 미’, ‘아폴론적인 것과 디어니소스적인 것’, ‘비례와 조화’를 주제어로 선택하였지만, 이어진 중세에서는 ‘빛과 세계’, ‘괴물들의 미’를 주제어로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추의 역사>를 별도의 책으로 묶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코는 <미의 역사>에서 추에 관한 이야기를 시대별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제어에 속하는 보다 세부적인 사항으로 화제를 나누고 있는 것도 특징인데, 그러다 보니 시대적인 흐름의 연관성이 흩어지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저자가 택한 세부적인 사항이 가지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양치기 소녀에서 천사 같은 여인으로”라는 주제어 아래 적고 있는 ‘성스러운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 ‘귀부인과 음유시인’, ‘귀부인과 기사’, ‘시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이 저자의 관심을 끌게 된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 붙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궁극의 리스트>에서는 적절한 자료를 인용하여 주제어를 설명하고 인용한 자료의 해당부분을 병치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미의 역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미에 대한 개념의 역사적 변천을 설명하는 본문 가까이에 본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미학적 개념을 담고 있는 인용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개념을 담고 있는 인용문을 소개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개념에 대한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남는 것 같습니다. <궁극의 리스트>에서도 언급을 했던 것 같습니다만, 본문의 내용을 뒷받침할만한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해당 작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생략되어 있고 제작자와 작품 이름 그리고 소장자에 대한 정보만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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