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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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님은 <위대한 미술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94632>의 사진예술 부문을 이야기하면서 “오늘날에는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어 버렸다.(위대한 미술책, 382쪽)”라는 수전 손택의 암울한 진단을 인용하였습니다. 1839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진이 발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화가 폴 들라로슈는 “오늘로 회화는 죽었다.”라고 통탄했다고 합니다. 진동선님이 <사진예술의 풍경들; http://blog.joins.com/yang412/13251174>에서 폴 들라로슈의 한탄으로부터 1970년 테오도와 아도르노, 그리고 2000년 더글라스 크림프의 말까지를 종합하여, “결국 미술이라고 하는 불멸의 시각예술의 얼굴을 없앤 주인공은 사진이고, 미술을 하나의 모습으로 있지 못하게 한 것도 사진이고, 미술을 옛 모습으로 자리할 수 없게 만든 것도 사진이다. 예술이 끝없이 그 모습을 바꾸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사진인 셈이다.(사진예술의 풍경들, 7쪽)”라고 사진예술을 자리매김하고 한 것과는 상당한 의미의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진예술의 발전과정을 잘 정리한 책들이 없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진숙님이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와 <타인의 고통>을 추천한 이유는 아마도 저자생각이 손택과 공명을 일으키는 부분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면서 전진해온 자본주의 체제가 줄곧 사진의 무한한 이미지 생산 능력과 공존해 왔다(위대한 미술책, 384쪽)”라는 손택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진은 풍요롭고, 낭비를 일삼으며, 만족할 줄 모르는 사회의 본질적인 예술”이라고 단정하는데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택은 사진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잘 못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흔히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고 믿고 있습니다만, 손택은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또한 여행 중에 사진을 찍는 행동에 관해서도, ‘사진은 경험을 증명해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경험을 거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26쪽)’라고 합니다. 여행 중 마주치는 것들은 앞뒤 재지 않고 사진을 찍어대는 것으로 자신의 경험을 확증하려고 할 뿐, 그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즉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처로운 감정을 자아내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 스마트폰에는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동생이 찍은 어머님 사진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사진은 폰에서 지워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저자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대목도 있었습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을 야만적인 식민전쟁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한국 전쟁은 자유 진영이 소련과 중국에 맞서 벌이는 투쟁의 일부로 받아들여졌고,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무제한적으로 화력을 퍼붓는 미군의 잔인함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여겨졌다.(41쪽)” 탱크를 앞세운 기습공격으로 국군을 괴멸시키면서 단숨에 낙동강까지 밀어붙인 북한이나, 변변한 무기도 쥐어주지 않고 전선으로 몰아넣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의 반인륜적 행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사진에 관하여>는 저자가 1972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다이안 아버스의 회고전을 보고서 사진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생각하고서 1973년부터 1977년까지 「뉴욕타임스 서평」에 발표한 여섯 편의 에세이가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세기의 주요 기록 매체인 사진의 본성에 관하여 그동안 제기된 적이 없는 질문들을 던졌다는 데서 찬사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정리한다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또 다른 각도에서 확인시켜주기를 바라는 독자의 바람과는 달리 저자는 서로 상반된 주장, 인용, 자료들을 태연하게 병치하여 독자들을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 불편하다는 비판으로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재원님의 번역으로 소개된 <사진에 관하여>도 번역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독자들도 있었습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읽고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점이라든가, 이진숙님께서 <위대한 미술책>에서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꼽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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