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물길을 거닐며 - 강은 넓고 깊고 오래고 길다
김주영 지음, 권태균 사진 / 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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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을 주제로 한 한승원 작가님의 <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http://blog.joins.com/yang412/13502859>와 같은 기획으로 만든 책 같습니다. 김주영 작가님이 맡은 낙동강 편의 제목은 <고향 물길을 거닐며>입니다. 작가께서 모두에 적은 것처럼 낙동강은 520킬로미터나 되는 남한에서 제일 큰 강입니다. 유역면적만해도 2만 3천 제곱미터에 달해서 남한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낙동강에 얽힌 이야기를 모으면 책 한 권으로는 어림없을 듯합니다. 한승원 작가님의 경우는 영산강의 시원에서부터 강이 흘러가는 쪽으로 따라가면서 이야기들을 정리해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래서 김주영작가님은 낙동강 유역의 지형과 기후, 낙동강을 둘러싼 역사와 유래, 풍경과 자연경관, 낙동강 유역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 요즈음 유행인 걷기 좋은 길들과 거기 얽혀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낙동강에 사연을 묻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 등의 작은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역사서가 아닌 탓에 선사시대, 가야, 6,25동란, 그리고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페놀오염사건과 같이 작가 마음대로 고른 시대의 이야기를 정리하였습니다.

 

언젠가 지나는 길에 이름을 들어본 듯한 예천에 있다는 삼강나루의 주막 이야기 같이 자칫 잊혀질 수 있는 우리네 삶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내륙의 운송수단이 취약했기 때문에 강과 바다를 이용한 해운이 맡은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낙동강은 그 규모에 걸맞게 하구에서부터 구포, 삼랑진, 현풍, 사문진, 왜관, 상주의 낙동과 신촌, 예천의 달지진과 마전, 안동의 영호진에 이르기까지 수운이 발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하류와 중류 그리고 상류의 지형에 맞는 나룻배가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큰 강에서는 큰 나룻배가 있고, 작은 강에는 거룻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지난 정부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를 개발해서 한계에 이른 육상운송로를 대체해보겠다는 발상이 나왔을 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운하가 타당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세월호 침몰사고가 나면서 해상운송은 날씨와 지형 등 외적 요인들에 의하여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혀 터무니없는 발상은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작가는 낙동강 유역에 수없이 흩어져 있는 나루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공무도하가」와 서도잡가 「배따라기」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 나루와 관련된 문학작품이라고 이해하면 그만이겠으나, 기원전 3,4세기에 만들어졌다고 보는 「공무도하가」는 출전 등의 문제로 중국노래라는 이견도 있다고 합니다만, 대동강 나루 등 우리의 고대강역의 어느 나루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우리 노래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노래의 전문은 2세기 후반 중국에서 편찬된 채옹(蔡邕)의 〈금조 琴操〉에 실려 있으며, 우리나라 문헌에는 16세기말 또는 17세기 초의 저작으로 보이는 차천로(車天輅)의 〈오산설림초고 五山說林草藁〉에서 처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봉화 청량산을 비롯하여, 도산서원, 안동 하회마을,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등을 돌아본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낙동강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경북 상주시가 최근에 낙동강의 풍부한 자연유산과 아름다운 절경, 그리고 이곳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만든 13곳의 문화탐방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산길(mountain road), 강길(river road), 그리고 들길(field road)로 조성했다 해서 MRF라는 영어로 된 약자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단순하게 풍경을 즐기며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에 얽힌 이야기를 새겨가면서 걷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산강편을 리뷰하면서 빠트렸던 권태균작가님의 사진도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낙동강의 사계를 담은 아름다운 사진은 물론이고 역사적 장소를 담은 사진도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책내용과 잘 어울려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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