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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평점 :
“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이다.”라는 카피를 보니, 여행기를 정리하려고 준비하면서 독서목록에 올렸던 책이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보면,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동안은 쳐다보지도 않는 버릇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소설이라는 이 책을 그저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요약한 책 소개를 보면,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진료실에서 약물과 심리치료를 통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환자진료를 통해서 정신질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결국 ‘행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찾아낸 행복을 여행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찾아가는 형식을 취한 것 같습니다.
대도시에서 성공한 정신과의사로 살아온 꾸뻬 씨가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자신과 자신이 진료하고 있는 환자 모두 때문입니다. 꾸뻬 씨의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진짜로 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진짜 불행한 삶을 산 적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또 행복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이런 환자들을 진료하는 꾸뻬 씨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 세금이 부담이 되고 자신이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꾸뻬씨에게 환자로 오고 있는 이리나부인은 이렇게 권합니다. “당신에게는 여행이 필요해요. 그게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을 거예요.(21쪽)” 누가 의사고 누가 환자인지 헷갈리죠?
그래서 꾸뻬 씨는 자신을 특별한 의사로 만들어 줄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하지만 꾸뻬 씨의 연인 클라라는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여행에 동행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것 맞아요?) 독특한 것은 꾸뻬 씨가 살고 있는 곳이나 꾸뻬 씨가 여행한 곳은 중국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익명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꾸뻬 씨는 항공사의 배려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되는 선물을 받게 되어 행복해집니다. 반면 옆 좌석에 앉은 비비엥씨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라는 점을 배우게 됩니다.
중국에서 친구 뱅쌍의 배려로 만나게 된 잉리를 만나게 되면서 사랑을 느끼고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행복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우연히 산에 오르게 된 꾸뻬 씨는 츄린 사원에서 노승을 만나게 되고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라고 믿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먼 나라에서 중국으로 일하러 온 여성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쉬면서도 행복해하고 있는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라는 배움을 얻게 됩니다.
꾸뻬 씨는 이렇게 다양한 지역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기록해나갑니다. 이렇게 해서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에 이르기까지 모두 23개의 행복에 대한 배움을 찾아 정리하게 됩니다. 행복에 대한 배움을 마친 꾸뻬 씨는 약속대로 다시 노승을 찾아갑니다. 총정리를 하는 셈입니다. 노승은 행복을 목표라고 여기는 것이 왜 잘 못된 것인지 답변을 해줍니다. “삶에서는 목표는 많은 일들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행복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190쪽)”이라서,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스스로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란 진리를 터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행복은 선택이다’라는 제목으로 프롤로그를 썼던 박정효님의 <인생 디자인북; http://blog.joins.com/yang412/13309033>을 읽고 리뷰에서 인용한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 L'Oiseau bleu>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살고 있는 곳 가까이 있더라고 마무리되는 것처럼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단순한 진리에 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