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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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5개월 가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은 더디기만 한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은 생명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스러져간 이유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작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쌓여가다가 어느 날 엄청난 사고로 터져 나온 것입니다.

 

<사회적 원자; http://blog.joins.com/yang412/11996671>를 통하여 ‘사회현상이 물리학적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소개한 이론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 역사, 자연재해, 생태계, 시장과 자본, 경제원칙, 인간의 행동에 대한 유사성을 찾아내 수식화하고, 컴퓨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열다섯 개의 장을 통하여 1914년 6월 28일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던 사라예보에서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사건에서부터 1988년 미국 와이오밍주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엄청난 화재, ‘검은 월요일’이라고 부르는 1987년 10월 19일 월스트리트를 공황상태로 몰고 간 주가폭락사태, 그리고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예측이 어렵다는 지진에 이르기까지 사회현상에서부터 자연현상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명하다는 것은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라고 한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인용하여, 이 책에서는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격변을 설명하기 위하여 ‘복잡계 물리학’이라고 하는 비평형 물리학에서 그 해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비평형상태에서 사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물망에서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패턴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소용돌이치는 대기에서 인간의 뇌까지 방대한 영역의 자연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39~40쪽)”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1995년 1월 17일 일본 고베에서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지켜볼 수 있었고, 2004년 12월 26일 태국 푸켓에서는 지진에 따른 쓰나미가 덮쳐 무려 30만명의 인명피해를 냈고, 2011년 3월 29일 일본 후쿠오카 지역을 덮친 쓰나미는 2만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원전사고로 이어져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지진의 피해가 이렇게 큰 이유는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정확한 예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큰 지진이 발생하는 기전과 예보체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지진이나 자본시장의 끔찍한 파탄, 혁명이나 파국적인 전쟁 등이 모두 프랙탈과 멱함수 법칙에 의하여 작동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흥미로웠던 건은 1988년 150만 에이커의 면적을 불태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대형 산불이었습니다. 제가 그곳을 찾았던 것이 1992년이었는데 아직도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저자는 삼림의 생태계와 산불의 관계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증명해보였는데, 결론을 이야기하면 미국 삼림청이 1890년 이후 단 한 건의 산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방어조처를 취하다 보니 숲이 노령화되는 의도치 않는 변화가 생긴 것이 대형산불로 진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즉 “숲이 임계 상태로 유지되는 데는 산불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데, 산불을 인위적으로 억제했기 때문에 잘타는 물질이 모든 곳에 높은 밀도로 쌓여서 초임계상태가 된 것(157쪽)”이라고 합니다. 작은 산불은 불에 잘 타는 물질을 제거해서 큰불이 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비교해보면 작은 충돌 오히려 커다란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의 <공룡; http://blog.joins.com/yang412/13462207>에서 공룡의 멸종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을 읽었습니다만, 소행성 충돌설 이외에도 몇 가지 다른 이유가 검토되고 있다는 설명을 <우발과 패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복잡계 물리학으로 자연과 사회현상을 설명해온 저자가 정작 끝에 가서는 ‘결론을 대신하는 비과학적인 후기’라는 제목을 붙여서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른다. 다만 어떤 행위를 성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정한 결합을 형성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이것이 법칙이라고 말하는 것이다.(346쪽)”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있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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