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의 <명량>을 관람했습니다. 누군가는 ‘흥행하는 영화를 쫓는 레밍근성이 또 하나의 천만 영화를 만들어냈다.’라고 비꼬는 듯했다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한 기억은 별로 없는 저로서는 이례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어머님 49제의 초제를 지내기 위해서 고향에 내려갔는데 스님과 약속한 시간에 착오가 생겼던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문화평론가 모씨가 “영화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흥행은 영화의 인기라기보다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할 듯”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최근 읽은 조정우 작가의 <이순신 불멸의 신화; http://blog.joins.com/yang412/13475791>도 큰 몫을 한 셈입니다. <이순신 불멸의 신화>의 경우는 이순신장군이 치른 해전을 전술과 전략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영화 <불멸>은 그 중 하나인 명량해전만을 다루고 있지만 <이순신 불멸의 신화>를 읽으면서 다소 아쉬웠던 시청각효과를 느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먼저 어머님 상중에 오락영화를 관람한 것에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기간 동안 돌아가신 어머님의 위패를 모시고 다니던 이순신장군께서 명량싸움에 출정하기 전에 절을 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모친에 대한 장군의 지극한 마음을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말씀으로 변명하고자 합니다. 모 평론가의 말씀대로 졸작이라고까지 할 수 없는 부분은 영화의 상당부분(나중에 듣자니 1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합니다)을 차지하는 해상전투씬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장군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음인지 대장선 홀로 왜적의 대선단에 맞서 홀로 전투를 치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장군의 전술 전략은 임진왜란을 통하여 충분히 부하장졸들에게 각인이 되었을 터인데도 참전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대장선이 외롭게 전투에 나서 적선으로 둘러싸여 백병전을 치른다거나, 왜가 보낸 자객들이 이순신장군의 숙소를 침범하는 장면들이 사실일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영화적 요소로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강토에서 벌어진 전투였을 뿐 더러 당시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장군께 자발적으로 적의 동태를 알려온 민초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이순신 불멸의 신화>에서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명량해전을 앞두고 수군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민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습니다.

 

역시 풍전등화 같은 운명의 나라를 지키고 왕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보여준 장군이지만 전투를 앞두고 고뇌하는 장면은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투가 두려워 탈영한 병사의 목을 치는 단호한 장군이었지만, 그 역시 패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 군대의 운명을 불문가지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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