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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발견 ㅣ 살림지식총서 81
우수근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평점 :
지금 미국은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을 두고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주방위군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확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해방 후 미국은 우리에게 가까운 나라로 인식되어왔습니다만, 역시 먼 나라인 만큼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점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미국에서 잠시 살아보았습니다만, 미국인들의 속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수근교수님의 <미국인의 발견>은 어느 정도 한계는 있겠지만 그들의 삶과 생각을 뒤쫓고 있어 미국과 미국인들의 진면목을 엿볼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정리하였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의 일반적인 삶의 면면을 조망하는 미시적 시각에 대한 자료와 정보는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미국에 대한 동경과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막연한 기대 등이 그로 인해 야기된 결과일 것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일반 중산층 미국인의 부정적 모습과 미국 사회가 가진 부(負)의 모습을 적지 않게 다뤄보았다.(5쪽)” 필자는 친미나 반미 어느 편에 기울지 않은 편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나라, 미국’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일반현황을 소개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책의 대부분은 미국의 부정적인 면모를 다루고 있는 느낌이 남는 것을 보면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 미국은 내전 중’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바로 총기사용에 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해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총기에 의해 살해당하며 총기와 관련해 미국 사회가 지불하는 국가비용이 무려 1천 3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건국초기 고립무원의 서부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무장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인들은 총기를 내려놓는 것에 대하여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살 때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대해준 집을 맞게 찾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마침 저자는 언제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제가 살던 미네소타주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로즈 빌이라는 곳이었는데, 때때로 순찰차의 급박한 사이렌소리가 들리고, 야간에 총소리까지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책이 2003년에 출간된 것을 고려하면 제가 살던 1990년대 초반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제가 그곳에서 살 무렵에는 한 밤중에도 걸어서 이웃 동네에 다녀올 정도로 치안이 안정되어 있었고, 총기사고라도 나면 신문에 대서특필이 될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자는 굳이 미국을 동경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담아보려 한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착되고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미국에서는 아예 제도 자체가 없다는 식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알고 보면 쓰레기를 나누어 버리기 위하여 우리나라 주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분리해서 내놓은 쓰레기를 막상 수거업체는 뭉뚱그려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버려진 쓰레기는 처리업체에서 분리하여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우리나라와 지자체가 분리의 책임을 지는 미국과 어떤 정책이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볼 일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지구는 미국을 위해 돈다’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미국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편향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전하는 정보가 왜곡된 바는 없는지 새겨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