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com/yang412/12935937>처럼 작가 스스로 소설가로 성장해온 과정이나 작품을 쓸 때 어떤 생각을 담으려 했는지를 설명한 글을 읽을 기회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작가들은 인터뷰를 피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진솔한 이야기를 읽을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인터뷰는 문예기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의 세계를 잘 아는 소설가가 소설가를 인터뷰한다면 어떤 것을 물어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노벨상이나 풀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는 문학계간지 <파리 리뷰>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야 소개되는 것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1953년 창간된 문학계간지 <파리 리뷰>에 실린 수많은 작가들의 인터뷰 중에서 현대 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소설가 12명의 인터뷰 기사를 골라 묶은 <작가란 무엇인가>는 이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책에 뽑혀 실린 열 두명의 작가들은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키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그리고 E.M. 포스터입니다. 이 들 가운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르한 파묵, 밀란 쿤데라 등 세 사람처럼 작품을 대부분 읽어 보았거나, 움베르트 에코(장미의 이름), 무라카미 하루키(1Q84), 윌리엄 포크너(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등은 적어도 한 작품은 읽어본 까닭에 읽은 책이 화제에 오른 부분에서는 인터뷰 내용이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아직 그들이 작품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경우에는 조금 겉도는 느낌으로 읽었다는 고백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작품을 읽게된다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읽은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들을 몇 가지 꼽아보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에코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즌마다 소설의 종말, 문학의 종말, 미국에서의 문해력의 종말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요. 사람들이 책을 더 이상 안 읽는다!’라고 하지만 ‘인간 역사상 요즘처럼 이렇게 많은 책과 서점이 있고, 이렇게도 많은 젊은이들이 책방에 가서 책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는 것입니다(56쪽). 폴 오스터 역시 소설이 결코 죽을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소설이야말로 두 낯선 사람이 절대적인 친밀함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독자와 작가가 소설을 함께 만드는 겁니다. 어떤 예술도 소설처럼 할 수 없슷ㅂ니다.k 그리고 어떤 예술도 소설만큼 인간 삶의 근본적인 내면을 그려낼 수 없습니다.(182쪽)”

 

소설을 읽을 때 기억해야 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쿤데라가 한 말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최소한 시작 부분을 기억할 수는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소설이 그 형태를 잃게 되고 ’구조적 명료성‘이 흐려진다.(290쪽)’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첫 번째 단락이라는 마르케스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거든’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글의 첫 부분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놓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만리장성이 되고 부탁받은 원고량을 넘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조언을 새기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의 전체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422쪽)”

 

옮긴이들의 설명을 인용하면, “인터뷰가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작가 자신들이 글을 쓰는 목적이나 글을 통해 만들어내는 세계가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494쪽)” 그리고 글을 쓰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꼽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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