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인디언의 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3
필리프 자캥 지음 / 시공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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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에서 여행하면서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곳은 글레시아 국립공원 가는 길에서 만난 플레인 인디언들이 사는 지역이었고, 러쉬모어 지역에 조성하고 있는 크레이지 호스 유적, 그리고 아리조나주에 남아 있는 인디언 마을 유적, 그리고 콜로라도 메사버데에 남아 있는 인디언 유적 등입니다. 그 옛날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거침없이 살아왔던 이들의 삶은 유적으로 남아 있거나 인디어 보호구역으로 제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부터 줄지어 영화관에 가서 단체로 서부영화라도 볼라치면 멋진 기병대를 공격하는 인디언들을 무찌르고 승리하면 손뼉을 치고 기뻐하던 생각이 납니다. 마치 제가 영화의 주인공인 것처럼 착각하고는 습격해오는 인디언들을 무찌르는 기병대가 된 것으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알고 보면 기병대가 침입자이고 인디언들은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지난한 싸움을 한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유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인디언들의 땅을 컬럼버스에게 들킨 것이 비극의 시작이 된 셈입니다. 그렇게 등장한 유럽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된 셈이기도 합니다.

 

넓은 땅에 흩어져 살아온 인디언들은 규모가 작은 부족 단위로 독립적으로 살면서 때로는 부족 간에 전투도 불사하는 등 부족들 간에 긴밀하게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던 것이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집단에게 끊임없이 밀려나게 되는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오랫동안 외부세계와 교류없이 살아온 까닭에 외부세계에서는 이미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있던 전염성질환에 속수무책인 것도 문제였다고 합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미합중국의 인디언정책은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류사회와 격리하고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는데, 그것이 결국은 이들의 생존능력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킨 이면에는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기 위한 속셈이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땅>에서 저자는 유럽에서 물밀듯이 건너온 이주민들에 의하여, 이 땅의 원래 주인이라고 할 북미 인디언들이 어떻게 소멸되어 갔는지 그 비극적 삶의 궤적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러쉬모어 지역에 거대한 조각상으로 새겨지고 있는 수족의 오글랄라 인디언 추장이었던 크레이지 호스가 남긴 말을 새겨둘 만합니다. “아무도 당신들 보고 이곳에 오라고 하지 않았소. 위대한 정령께서는 우리가 살도록 이 땅을 주신 것이오. 당신들은 당신들의 땅이 있소. 당신네들을 괴롭힐 마음은 추호도 없소. 위대한 정령께서는 우리들이 살 수 있도록 광활한 대지와 들소, 사슴, 영양 등 사냥감들을 마련해 주셨으니 말이오. 그런데 당신들이 이곳에 와서 우리의 땅을 강탈한 것이오. 당신들은 우리 사냥감을 죽이고 있소. 그래서 우리는 살기 어려워졌소. 지금 당신들은 우리더러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소. 하지만 위대한 정령께서는 우리를 노동이나 하라고 만드신 것이 아니라 사냥을 하라고 만드신 것이오. 그렇게 원한다면 당신네 백인들이나 노동을 하면 되지 않소. 왜 우리에게 문명을 멀리 하냐고 묻는 거요? 우리는 당신네들의 문명을 원치 않소! 우리의 아버지처럼. 그 이전의 아버지들이 살았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갈 것이오.(146쪽)”

 

저자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땅>에서 인디언들이 이주민족들에 밀려 쇠락해간 과정에 국한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디언들의 고유한 삶과 문화에 관한 부분은 소략한 점이 아쉽습니다. 그들의 전통문화를 복원하여 전승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미합중국을 세운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진정한 화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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