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 사라져버린 세계의 흔적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0
이베트 게라르 발리 지음 / 시공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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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가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대표 이광원)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원하여 ‘시조새’, ‘말의 진화’ 등 국내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내용 중 일부가 삭제 또는 수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진화론의 패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이를 보도한 국민일보는 “사람이 원숭이 고릴라의 진화를 거쳐 탄생했다’는 그들의 주장을. 또 새와 비슷하게 생긴 화석 하나가 시조새로 둔갑해 모든 새들의 조상이라는 주장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하였는데(국민일보 2012년 6월 20일자 기사, “교과서에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 삭제·수정은 시작일뿐… ‘진화론의 굴욕’은 계속 된다.”), 과연 사실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시조새라는 화석이 하나뿐일까요? 얼마 전에 읽은 <공룡,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http://blog.joins.com/yang412/13462207>에서는 1987년까지 모두 여섯 개의 아르케옵테릭스, 즉 시조새가 발견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새의 다리에 있는 비늘과 비늘이 변형되어 온몸을 덮고 있는 깃털은 조류가 파충류의 후손이라는 주장의 증거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가장 오래된 새로 알려진 시조새(아르케옵테릭스)는 코엘루로사우루스 류라고 하는 가냘픈 수각류와 해부학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을 많이 갖고 있음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결국은 화석 등 고생물학이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하는 지적설계론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근거가 없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 <화석, 사라져버린 세계의 흔적들>은 화석에 관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화석에 대하여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놀랍게도 8만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이었다고 합니다. 선사시대의 유적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화석들은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합니다. 화석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화석은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것이며, 때로는 신화를 만들어내는 소재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화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역시 그리스의 학자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르네상스시대부터는 자연현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화석을 수집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석에 대한 해석이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오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물해부학이 발전하고, 비교해부학이라고 하는 동물간의 해부학적 특징을 서로 비교하는 학문이 발전하면서부터입니다. 의과대학의 예과시절의 학과목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화석을 남긴 생물이 살아있던 시기를 정하는 지질학을 비롯하여 생물의 종을 분류하는 분류학의 대두는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이 제자리를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합니다. 화석연구를 통하여 고생물학의 바탕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조르주 퀴비에였지만, 과거에 존재하던 생물이 현재는 사라지고 없는 현상에 대하여 ‘종의 불변설’과 천변지이설(天變地異說)로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생물의 변화를 증명할 이행기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시 화석을 연구한 라마르크는 퀴비에의 견해와는 달리 생물이 변해내려 왔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진화론을 내놓게 되었는데, 생존조건의 변화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생물의 몸에 변화가 생겼고, 이런 형질이 자손에 유전된 것이라는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행기 생물의 존재를 입증한 것은 프랑스의 고생물학자 알베르 고드리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화석, 사라져버린 세계의 흔적들>은 화석을 바탕으로 한 고생물학이 발전해온 역사적 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생물학에서 발견한 성과를 문학작품에 인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 대표적 작품으로는 이 책의 부록, ‘기록과 증언’에 나오는 쥘 베른의 두 번째 소설 <땅속 여행>, 레이 브래드베리의 <태양의 황금사과>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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