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좌파와 우파 살림지식총서 1
이주영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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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첫 번째로 나왔던 책이니 벌써 11년이 지난 과거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사회의 동향을 볼 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무엇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과연 미국에 좌파와 우파가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하여 저자는 미국의 역사에는 봉건주의 체제가 존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시민혁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개인주의에 대한 신념을 기본 가치로 하여 세워진 나라라는 점입니다. 미국적 체제는 근본적으로 자유방임주의적인 것으로 정부는 각 개인이 자신을 실현할 방법을 찾는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었던 것인데, 1930녀대 대공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뉴딜정책을 시행하면서 미국도 유럽 국가들처럼 정부개입 또는 국가통제 방식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유방임주의적인 미국에서 1960년 싹트기 시작한 공동체주의 문화는 성혁명과 마약혁명 등 세속주의적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청교도적 윤리가 붕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움직임을 추진한 세력을 신좌파로 구분하고 이들이 제시한 새로운 문화를 전통문화를 대신하는 대항문화(counterculture)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뉴딜정책을 추진한 루스벨트는 종전의 개인주의적, 자유방임주의적 가치를 대신하는 공동체주의적, 사회주의적, 정부간섭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진보주의자였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념적 전환을 토대로 루스벨트는 1933년 공산국가인 소련을 승인할 수 있었던 것이고, 공화당이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가운데 민주당은 진보적 가치를 도입하여 색깔을 달리하게 된 것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을 공산주의와 같은 것으로 몰아붙이자, 진보주의자들은 공산주의와 분명하게 선을 그었으며, 1950년 한반도에서 소련을 등에 업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자 적극적으로 이를 격퇴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진보주의에서 한 걸은 더 나아간 신좌파의 뿌리는 1960년대에 이르는데, 당시 흑인의 민권운동, 혹은 흑인의 민족주의 운동으로 분출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백인청년들에게 전승되었다고 합니다.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불투명해진 장래에 대한 두려움이 겹친 이들은 기존의 미국적 자유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습니다. 이들이 내놓은 대안은 참여민주주의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혁명을 통해서 억압과 불평등의 상징인 기성체계를 타도할 때 달성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입니다. 들어보면 많이 익숙한 개념이 아닌가 싶습니다. 1970년 베트남전쟁이 끝나면서 신좌파 세력이 주도하던 혁명운동이 같이 가라앉게 되면서 이들은 정치혁명을 대신할 문화혁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신좌파와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대학교수, 언론인, 문인, 예술가, 영화인이 된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주도하는 대항문화이론이 더욱 정교해지고 널리 확산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모든 움직임에는 반동적인 움직임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진보-좌파가 나타나 세력을 확대하면서 이에 대항하는 신우파가 태동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진보-좌파가 사회적 엘리트들에 의하여 주도된 것에 반하여, 신우파 운동의 주도권은 중하층대중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민중주의 운동을 전개하는 신우파는 자유방임의 원리를 강조하던 구 우파와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우파 운동은 때로는 반정부적 성격을 띠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정부개입과 복지국가에 대한 신우파의 반대는 노동조합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는데, 이들은 거대 노동조합의 막강한 조직의 힘은 미국 상품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고 믿게 되었고, 이들 노동조합을 움직이는 간부들은 노동귀족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20세기 미국사회를 통하여 등장하게 된 신좌파와 신우파의 움직임을 들여다 보면, 최근 우리 사회의 이념적 움직임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차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신좌파는 공산주의와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의 진보-좌파는 북한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 같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항하여 신우파 세력이 탄생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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