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지도 살림지식총서 9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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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집어 보기; http://blog.joins.com/yang412/13434726>에서는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보아야 미국을 알수 있다(知美)고 했던 장석정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학교수님의 미국 이해하기 안내서입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다른 나라의 문화가 우리의 어떤 면에서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봄으로 해서 이해를 증진하는 것(47쪽)”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문화가 화두가 되어야 할 터인데,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가는 나라’, ‘중앙이 없는 나라’, ‘유명한 나라’, 지금도 계속 굴러가고 있는 나라‘, 집 안팎을 돌보느라 세월 다 보내는 나라’ 등등의 제목을 읽다보면 논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연관을 제대로 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갈 수 있었던데는 ‘영어’가 한 몫 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막강한 정치경제력, 언론과 출판계가 갖는 세계적인 영향력 그리고 미국 대중문화의 엄청난 흡수력을 바탕으로 미국 영어는 계속해서 세계를 한 묶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학술지가 많은 학술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동향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에는 중앙이 없다는 말을 정치, 경제, 교육, 언론, 스포츠 등 많은 분야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동부와 서부에 무게가 쏠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양한 주제들에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영어의 의미를 새롭게 아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구급차의 전면에 AMBULANCE라는 말을 뒤집어 써놓은 이유를 몰랐는데, 앞차의 운전자가 후사경을 통하여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라고 합니다. 집 안팎을 돌보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잔디깍는 일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금세 풀이 우거져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우범지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웃의 눈총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제가 미국 살 때 보니까 잔디 깍는 일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때는 정원에 크리스마스 장식과 알록달록한 전구를 매달아서 밤에도 반짝이도록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자신들도 즐거울 뿐 아니라 남들도 예쁘게 장식한 집을 보고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심리가 있어서 아닐까 싶었습니다.

 

적지 않은 면에서 미국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자가 먼저 인용하고 있는 미터법도 미국에서는 적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로버트 크리스가 측정단위가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한 <측정의 역사; http://blog.joins.com/yang412/13035187>를 보면, 프랑스에서 시작한 미터법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에서, 뒤에 미국의 대통령이 된 존 퀸시 애덤스는 ‘미터법은 인간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이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도 미터법을 표준도량형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길이의 단위인 인치, 푸트, 야드 등을 이해하려면 머릿속에서 미터법으로 환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네들은 별 불편 없이 살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척관법이라든가 한자를 바탕으로 한 전통문화의 요소를 이해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흐리멍덩하다’는 개념으로 미국의 정치이념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은 극우가 힘을 얻고 있고, 우리 사회도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식으로 분명한 색깔을 보이라는 압박을 받기도 합니다만, 한때 매카시열풍이 불 정도로 극단적 보수주의가 힘을 얻던 시절이 있었지만, 공산진영이 붕괴하면서 미국에서는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오히려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실토합니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미국이 기리고 간직하고 추구하고 발전시키려는 그 가치와 이상을 같이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미국의 부분이 될 수 있고, 그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맺고 있습니다.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이를 추구하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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