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 - 불멸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찾은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3
존 C.로빈슨 지음, 김정민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에 관심이 많다보니, 눈을 끌게 된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도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먹을 필요가 있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존 로빈슨은 특히 중년 남성의 심리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남성 심리 전문가라고 합니다. ‘나이 들어가는 남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쥐고 있다고 하니, 나이 들어가는 남성의 입장에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읽으면서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고난을 극복한다는 이야기를 그저 ‘흥미롭다’ 혹은 ‘신들은 너무해’ 정도로 밖에 읽어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존 로빈슨은 <오디세이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읽었다는 것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의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오디세이아>에서는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해석해보면 우리 시대 평범한 중년 남자들의 인생 이야기에 대응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여 우리 시대의 중년 남자들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들로 요약하여 <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에 담았습니다. 놀랍고 창조적인 책읽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소장님이 추천의 글에 적은 한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영웅적이고 성공적인 젊은 날의 시간만큼이나 늙어 가는 시간도 길다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겪는 수많은 사건들만큼이나 늙어 가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음을 그는 강조한다.(7쪽)”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신화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거나 삶의 경구로 이해하기도 합니다만, 심리학자들은 신화가 인간의 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는다고 합니다. 즉 신화에 담신 상징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오디세이아>에 담긴 상징을 풀기 위해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적용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무렵 오디세우스의 나이는 45세에서 50세 사이 정도로 추정하였습니다. 젊음이 분출하는 시기를 지나 삶의 영광스러운 시기를 막 지나 이제는 나이 듦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트로이전쟁이 시작되고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일리아스>를 21세기로 옮겨보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일상의 삶에서 누구나 매일매일 겪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싸움‘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남자들은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해 보일 정도로 과도한 경쟁을 하면서 끝도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왕성하게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인데, 중년에 접어들면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 경쟁이 피곤해지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안식처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의 뒷이야기를 아십니까? 영웅 아킬레우스는 전쟁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전쟁의 단초가 되었던 아내 헬레네를 되찾아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귀국하자마자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고, 디오메데스 역시 남편이 전쟁터로 떠난 사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 부정한 아내를 떠나고 맙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10년에 걸친 오랜 고난 끝에 수많은 구혼자들의 유혹을 뿌리치며 일편단심 기다려준 아내의 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다양한 군상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귀향길에서 오디세우스 역시 키르케와 칼립소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유혹을 받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을 접지 못하는 것은 그의 예정된 운명을 강조하기 보다는 보편타당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는 호메로스의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오디세우스가 마법사 키르케를 만나는 과정을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일깨우는 과정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남성적 반응을 조절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인데 사실 젊음의 정점을 지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여성 호르몬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숨겨져 있던 영향이 드러나게 되는 생리적 변화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은 결국은 여성성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정리되는 셈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