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 : 독서에 관하여 위대한 생각 시리즈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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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읽기 위하여 공부하는 과정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의 일러두기를 보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산문 가운데 그의 예술론이 잘 나타나 있는 것들을 옮긴이가 골라 번역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모두 여덟 편의 산문 가운데 두 편은 러스킨의 책을 번역하면서 역자 서문으로 적은 것이고, 나머지 여섯 편은 샤르댕, 렘브란트, 와토, 귀스타브 모로, 모네, 로세티 등 당대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프루스트의 관점을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러스킨이나 화가들 모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프루스트의 생각을 알게 되면 책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사실은 그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프루스트의 깊이 있는 시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러스킨에 관한 산문에 중점을 두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러스킨에 대한 두 편의 산문은 역자의 서문치고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든 <참깨와 백합>의 서문으로 쓴 ‘독서에 관하여’에서 프루스트의 책읽기의 유래로부터 책읽기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3년에 천권의 책을 읽다보면 손에 잡히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보면 일찍부터 다양한 책읽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프루스트가 어렸을 적에 얼마나 책읽기에 빠져있었는가를 알려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방에서 책을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공원에 가야만 했다. (…) 아직 다시는 손대면 안된다고 명령받은 내 책과 함께 풀밭 위에 놓였다.(20쪽)” 프루스트는 병약했다고 했습니다. 병약한 아이가 책에 빠져 지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한 어른들이 일부러 책읽기를 금하였던 모양입니다. 책읽기도 어렸을 적부터 이 정도는 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겠지요?

 

또한 프루스트의 독서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러스킨은 독서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그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훌륭한 사람들과의 대화라고 주장한다.(29쪽)” 하지만 프루스트는 “독서는 대화와는 다르게 혼자인 상태에서, 즉 고독한 상태에서 지적인 자극을 계속해서 즐기고 영혼이 활발히 활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의 지혜가 끝날 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됨을 느끼고, 작가가 우리에게 해답을 주기를 원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우리에게 욕구를 불어넣는 것이다.(33쪽)”라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산문 ‘러스킨에 의한 아미앵의 노트르담’은 러스킨의 <아미앵의 성서>를 번역하면서 쓴 역자 서문입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독자에게, 러스킨을 기리는 여행의 순례자처럼 아미앵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고자 한다.(61쪽)’라고 시작한 프루스트는 “그는 역에 당신을 마중나올 것이다. (…) 그는 당신에게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할 뿐 아니라, 당신의 시간적 여유에 따라 이 길이 더 좋은지, 저 길이 더 좋은지도 말해준다.(65쪽)”라고 사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다보면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http://blog.joins.com/yang412/13104741>의 독특한 서사구조가 떠오릅니다. 즉 보통이 찾아 나선 여행지를 과거에 그곳과 연관이 있는 안내자가 나서서 함께 여행을 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아미앵의 성서>가 그런가 봅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하여 설명하듯이 아미앵에 있는 성당에 이르는 길부터 밖에서 본 모습 그리고 성당의 내부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안내자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번역을 하신 유예진교수님은 여기에 더하여 산문에 나오는 건축물이나 그림의 도판을 말미에 더하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미에 무려 85쪽에 달하는 역자해설을 더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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