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체성 : 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 살림지식총서 2
김형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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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한 미국의 속살을 뒤집어 보는 공부입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을 조금 더 새겨보면 지기(知己)한 연후에 지피(知彼)함이 옳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의 정체성을 따지기 전에 나의 정체성은 제대로 파악하고는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든 우리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미국과 미국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참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외국어대학교 사학과의 김형인교수님은 <미국의 정체성>에서 열 가지의 코드를 가지고 ‘미국의 정체성’ 따지기에 나섰습니다.

 

저자는 미국 문화의 핵심에 내재한 열 개의 코드를 추렸습니다. 개인주의, 자유의 예찬, 평등주의, 법치주의, 다문화주의, 퓨리턴 정신, 개척정신, 실용주의, 과학기술의 신뢰, 미래지향주의 등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왜 ‘개인주의’를 열 가지 코드 가운데 가장 먼저 이야기하게 되었을까요? 미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식 개인주의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주의’하면 나만 생각하고 단체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얌체족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미국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개인주의는 나의 주장도 물론 내세우지만 타인의 의견과 권리 역시 존중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의 개인주의를 논하면서 그 제목을 ‘다수의 횡포에 대한 견제’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개인주의 정신은 미국이 독립할 당시 13개주는 ‘연합헌장’이라고 하는 기본규약을 바탕으로 느슨하게 묶여 있었는데, 중앙정부는 지휘력과 결속력이 없었고 각 주에 많은 권력을 위임하고 있다가 연방헌법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연방파과 반연방파의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초대 워싱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하던 해밀턴이 주도한 연방파는 경제, 군사, 외교 등의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연방정부에 집중시키는 강력한 정부를 꿈꾸었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이 이익에 반하는 상황에서는 연방에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많은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반영한 탓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방파의 움직임에 대하여 당시 가장 세력이 막강하던 버지니아주를 대표하는 제퍼슨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는 정부는 그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대치하여, 종국에는 종교의 자유를 비롯하여 행복추구권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기본권을 명시한 10개조의 수정조항을 반영하는 조건으로 연방헌법의 비준에 동의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저자가 논하는 미국의 정체성 코드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성립되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멜팅포트를 넘어 샐러드 보울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다문화주의’가 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뿌리 깊은 지역갈등이 영호남을 넘어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이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외국인들 역시 어느 시점이 되면 목소리를 분명하게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분단국가가 통일을 이룬 다음에 드러나고 있다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미리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민국가라는 대명사처럼 미국은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유입된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인종적 갈등을 일찍 경험하게 되었고, 당연히 해결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19세기 말 생물학적 인종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대안으로 환경주의적 논의가 제안되었다고 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대인 루이스 브랜다이스를 처음으로 대법관에 임명하고 여성각료를 임명하면서 다문화주의적 정책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역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와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196O년대에 이르러서는 소수민족우대정책을 펼치면서 오히려 다수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책읽기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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