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대표적 진보 지식인 혹은 강남 좌파라고 불리는 조국 교수님이 자신의 인생과 학문의 역정을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써냈다고 합니다. 이석영교수님의 <초신성의 후예>를 읽은 다음이라서인지 책읽기도 흐름을 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학문’과 ‘참여’가 자신의 삶의 두 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과연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이 가능하겠나 싶습니다. 저 역시 대학을 떠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학문’에만 몰입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책에 대하여 몇 가지 짚어보려 합니다. 저자가 지었다고 하는데, 정리해준 분의 역할은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근래까지 살아온 이야기에 대하여 인터뷰한 내용을 작가가 정리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것과 글로 써내는 것은 결코 같을 수 없는 것인데 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미모의 여성은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로마신화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와 율법의 여신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디케(Dike)가 정의의 여신을 상징하였던 것이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디케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유스티티아는 여기에 형평을 지킨다는 의미로 저울이 더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정의의 여신은 맹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정의와 불의의 판정함 있어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사법연수원에 서 있는 디케는 눈을 띠로 가리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여신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 섬찟하기까지 합니다.

 

책을 펼치고 저자께서 법을 공부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려 노력하였습니다만, 어디에서도 똑 떨어지게 설명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나름대로 추론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될만한 구절이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그 첫 번째는 호기심이 출발이었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할 무렵에 인기리에 방영되던 TV 드라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에서 논리적 토론을 벌이고 공부하는 것에 로망을 느낀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학습방법 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모르셨나 봅니다. 결국 입학 뒤에는 법학보다는 사회과학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농활과 봉천동 혹은 구로동 등 사회의 밑바닥을 돌아보면서 세상 보는 눈을 넓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의 전위에 서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매 순간 갈등과 두려움과 흔들림이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사실 70년대 대학을 다닌 저 역시 교내 시위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벌어진 ‘서울의 봄’ 무렵 가두시위에 참여하겠다는 동아리 후배들을 말리는 입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의학공부는 정해진 시기에 해야 할 공부가 있는데 그것을 건너뛰게 되면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전문지식이 절름발이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의 완성된 의사가 되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후배들을 설득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치열하게 사회개혁에 나서지 못한 얼치기가 된 셈입니다.

 

북한체제에 관한 저자의 입장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정치적으로 억압적이고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체제였고, 이는 우리가 바라는 대안사회가 아니었다.(107쪽)”라고 적고, “북한 체제의 온갖 문제점에 대해 목청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남한 자본주의의 모순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117쪽)”라고 적었습니다. 북한 인민들의 인권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하고 남한의 자본주의의 모순을 논하는 것을 연계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닐까요?

 

“나는 법과 법학이 우리 현실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학자로서 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일을 그치지 않는다.(160쪽)”라고 적은 구절이 혹시 저자가 법을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 추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서 적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士)’자 들어간 직종에 관한 이야기(69쪽)입니다. 의사(醫師)는 당연히 ‘사(士)’자 들어가는 직종이 아니라 교사(敎師), 목사(牧師) 등과 함께 ‘사(師)’자 들어간 직종이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여건이 과거 잘 나가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첨병이라는 자만심(?)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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