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북 : 유럽 건축을 만나다
유성지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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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습니다. 책을 받아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유성지님의 <화이트 북 유럽 건축을 만나다>입니다. 일단 제목을 보면 유럽에서 주목할만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책인가 보다 싶습니다. 책을 받아 가볍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물의 외관과 내부를 담은 사진으로 이어지고 있어 사진첩처럼 보입니다.

 

우선 놀라운 점, 저자와 편집자는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검은 색으로 박은 채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은 하얀 표지를 내세웠을까요? 서문을 읽어보면, “내게 책이란 텍스트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수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 오브제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현란하여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단순하되 기품이 있어 오랫동안 시선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 놀라운 점, 건축물이 주제라면 ‘저자는 건축학도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의외로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는 디자인을 통하여 ‘영원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에 흩어져 있는 모두 48개의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새기면서 각각의 건물에 디자인적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에 대하여 ‘파리는 내게 가장 로맨틱한 도시다’라는 통합적 이미지를 매기고, 첫 번째 건축물인 에펠탑에는 ‘디자인은 사랑이다’라는 메시지를 붙였습니다. 다양한 방향에서 다양한 시점에 찍은 여덟 장의 에펠탑의 사진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사진들을 직접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책의 말미에 보면 이 책에 실린 책들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3.0에 의거해서 사용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세 번째 놀라운 점, 그럼 저자는 유럽 건축 디자인 여행을 언제 떠났느냐 하는 점입니다. 군을 제대하고서 3일 만에 짐을 싸고 128일에 걸쳐 유럽 20개국 62개 도시를 돌았다고 하는데, 결국은 3년에 걸쳐 일본, 미국, 중국 등을 추가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는 3년 동안 30여 개국을 여행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약관 20세에 달랑 500달러만 가지고 요코하마를 출발 러시아의 나홋카를 경유하여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레닌그라드, 핀란드를 거쳐서 파리에까지 여행하면서 서양 건축을 구경하면서 ‘건축이란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행위 그 자체(안도 다다오 지음,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62쪽; http://blog.joins.com/yang412/13384160)’임을 실감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이 좀처럼 해뢰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였습니다. 동남아 혹은 유럽의 관광지를 가보면 많은 한국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저자처럼 나름대로의 목표를 세우고 해외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젊었을 때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저자는 단순하게 건축물을 둘러보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았을 때, “오랑주리 미술관은 왜 인공 빛이 아닌 자연 빛을 썼을까?”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자연 빛을 통해서 ‘수련’을 보게 되면서 한평생 빛을 그려냈던 모네를 생각하게 되고, 또 빛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 자연의 빛은 연속적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한다. 이러한 자연의 빛을 그대로 살린 채 모네 필생의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련을 감상하는 건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57쪽)”

 

일 때문에 유럽의 몇 곳을 가본 것에 불과하지만 저자의 관찰대상이 된 48개의 건축물 가운데 파리의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런던아이 등 세 곳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만, 저는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본 데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저와 같은 독자를 배려한 위로의 구절을 에필로그에 담아두었습니다. “이 책은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만드는데 있다.”고 전제하고, ‘내가 갔을 때 전혀 이런 느낌은 안 받았는데’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유럽에 갈 계획이 있는 독자가 ‘이 건축은 한번 볼까?’하고 생각하거나, 이미 갔다고 온 유럽이지만 ‘다음번에는 여길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저자의 생각대로, 여기 소개된 건축물 가운데 유럽에 가는 기회에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실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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