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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과 치 - 인생의 격을 높이고 현자의 치를 터득하다
민경조 지음 / 알키 / 2014년 5월
평점 :
글을 쓰면서 동양의 고전을 인용하면 왠지 있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결국은 누군가 주석해놓은 책을 읽고 새기는 일도 벅차기만 합니다. 그래도 최근 들어 동양고전을 읽을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오롱건설의 대표사장을 거쳐 코오롱 그룹의 부회장을 지내신 민경조부회장님의 <격(格)과 치(治)>는 저자가 동양고전을 읽고 마음에 새긴 구절들을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저자의 약력에 보면, ‘그는 지금까지 1,000회 이상 <논어>를 일독한 것 외에도 <맹자>, <한비자>, <사기> 등 수많은 고전을 거듭 읽으며 자기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사실 논어를 1,000회 이상 일독하다는 표현이 옳은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해서 고전 읽기를 생활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목 <격(格)과 치(治)>는 ‘인생의 격을 높이고, 현자의 치를 터득하다’라는 생각에서 뽑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성인들의 위대한 말씀과 역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이 담긴 고전이야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리더십의 모든 것이 담긴 보물상자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 책이 불확실한 내일을 항해하는 미래의 리더들에게 어제의 보석상자를 열어보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7쪽)”라고 글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날마다 성장하는 삶',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 그리고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고전을 모아 나름대로의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의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은 조삼모사(朝三暮四)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열자> 황제편에 나오는 전국시대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게 줄 먹이를 줄이려고 원숭이를 설득한 이야기입니다. 아침에는 도토리를 세 개, 저녁에는 네 개 준다는 말에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도토리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는 말에 기뻐했다는 이 이야기는 흔히 저공의 지혜를 강조하거나 원숭이들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데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합니다. “자금관리의 기준이 바뀐 요즘 시대에는 원숭이들의 지혜가 더 뛰어났던 것으로 해석해야 맞을 것 같다. 즉, 원숭이들은 자원을 미리 확보하여 불확실성을 예방한 셈으로 ‘화폐의 시간적 가치’를 일찌감치 터득했던 것(187쪽)”이라고 말입니다.
하나 더 인용해보면,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자왈 비여위산 미성일궤 지 오지야 비여평지 수복일궤 진 오왕야)”라는 구절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건대 흙을 쌓아 산을 만들어가다 한 삼태기가 모자라는 데서 멈추었다 해도 내가 멈춘 것이며, 비유하건대 흙을 퍼부어 움푹한 곳을 메워가려고 할 때 한 삼태기의 흙을 부어서 진전되었다면 나 자신이 발전한 것이다.(22쪽)”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일의 완성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일단 시작했다는 데 방점을 두어 스스로를 발전시켰다고 일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인가 봅니다. 그런데 저자는 탑을 공들여 쌓아가다가 완성 일보 직전에 그만둔다고 하면 지금껏 쏟은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것인데, 그래도 한 발작이라도 내딛는데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역시 용기를 내서 시작했으면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을 보아야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소심하고 인내심 없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 때까지 나가는 사람, 이런 추진력있는 사람이 아쉽다고 하였습니다.
책읽기도 묘한 인연이 엮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마침 오늘 마무리해야 하는 글에 인용하면 안성맞춤이 될 구절을 발견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와도 관련이 있겠습니다만, <논어> 팔일 편에 나오는 “獲罪於天 無所禱也(획죄어천 무소도야)”라는 구절로서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게 된다(28쪽)”라고 풀이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이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